'성폭행·성추행' 혐의인데… 김준기 전 회장, 왜 못 잡나?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07.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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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강제추행 혐의에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까지…'범죄인인도협정' 따라 체포 가능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 /사진=뉴시스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75)이 미국으로 간 지 벌써 2년이 됐다. 비서 강제추행 혐의에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까지 받고 있지만 수사가 불가능해 잠정 중단된 상태다. 경찰은 이미 외교부를 통해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국제수배의 가장 강력한 단계)'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그를 붙잡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치료차 출국한 뒤 2년 동안 귀국 안해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간·심장·신장 등 질병을 치료하겠다며 미국에 갔다.



하지만 그 뒤 올해 7월까지, 2년이 다 되도록 귀국하지 않았다. 경찰은 2017년 12월 외교부를 통해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대상에 등록하기도 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것으로, 긴급히 붙잡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인터폴 6단계 수배 중 가장 강력한 조치다.

그럼에도 김 전 회장을 체포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터폴이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국 수사기관이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돼 있다. 즉, 적색경보에 미국이 자체적으로 판단, 김 전 회장을 긴급체포하지 않아도 별다른 도리가 없다.



검찰 '기소중지', '성폭행·성추행' 혐의에도 수사 못해
'성폭행·성추행' 혐의인데… 김준기 전 회장, 왜 못 잡나?


경찰은 고소인과 참고인 조사만 진행한 뒤, 별 수 없이 수사를 멈췄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 전 회장 사건을 지난해 기소중지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기소중지는 피의자 소재불명 등으로 수사를 마치기 어려울 경우 사유가 해결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김 전 회장은 강제추행 및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두 건에 대해 각각 고소를 당한 상태다. 김 전 회장 비서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2017년 9월 그를 고소했다.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자신의 신체를 강제로 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 B씨도 그가 2016년부터 1년간 경기도 남양주 별장에서 자신을 성폭행·성추행했다고 2017년 1월 고소했다.

김 전 회장 측은 비서 강제추행에 대해선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하지만 강제성이 없었고 오히려 A씨가 이를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가사도우미 사건에 대해서도 "합의된 관계였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고소가 진행되면서 2017년 9월 21일 동부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범죄인인도조약' 활용 필요

김 전 회장을 체포할 방법은 남아 있다. 한국과 미국이 맺고 있는 '범죄인인도조약'을 활용하는 것이다.

범죄인인도조약은 범죄자가 입국한 경우 그를 인도할 것을 규정하는 국가 간 조약이다. 국제법상 국가가 범죄인을 타국에 인도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필요하다. 조약을 체결해 서로 범인 체포를 돕기로 하는 것으로, 당사국 간 서로 체결한다. 한미 양국은 1999년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었다.

상대방 국가가 응할 의무가 있단 점에서 인터폴 적색수배와는 다소 다르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국제연합 고등난민판무관실이 인정하는 정치범, 순수한 군사범, 공소시효가 지난 범죄, 자국민 등에 대해서는 인도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 김 전 회장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어 범죄인인도조약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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