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씁쓸한 '천하무적 증권사'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9.07.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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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천하무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자조섞인 한탄이다. 회계, 의학 등 전문 지식을 증권사 실무자가 다 파악해야 한다는 최근 상황을 빗댄 말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사태로 결국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두 증권사는 코오롱티슈진 상장 주관사다. 검찰의 의도를 100% 알 수 없지만, 코오롱티슈진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의 잘못이 있는지 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선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관사가 코오롱티슈진 상장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를 낸 인보사의 적절성 여부를 따질 수 있냐는 지적이다. IPO(기업공개) 실무자 사이에선 외부 전문 기관에서 평가를 받아 식약처가 허가를 내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에 대해 상장 주관사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검증을 할 수 있냐는 하소연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엔에는 금융당국에서 상장 주관사에 발행회사의 회계 정보에 대한 점검을 강제하는 내용의 제도 개편도 발표했다.이 때도 회계법인 등 전문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증권사에 떠넘기는 조치라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증권회사가 상장 주관을 맡을 때 회계, 의학, 신약 등 전문 지식이나 기술에 대해 검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방침인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만능 열쇠는 아니지 않냐"며 "재무제표는 회계법인이 보고, 감리는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하고, 상장 심사 승인은 거래소가 하는데, 왜 책임은 증권사만 지냐"고 토로했다.

상장 주관사에 대한 과도한 책임 묻기가 모험자본 육성 및 혁신기업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만 강요하는 무한 책임은 결국 도전정신을 갉아먹어 우리 산업의 혁신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수첩]씁쓸한 '천하무적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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