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불화수소 공급설…반도체업계 "검증에 시간 걸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9.07.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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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사용 전무…시제품 생산까지 2 달 이상 걸릴 듯

반도체 생산라인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머니투데이DB 반도체 생산라인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머니투데이DB


러시아가 우리 정부에 이른바 '에칭가스'라 불리는 불화수소 공급을 전격 제안했다는 소식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산을 아직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만큼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만약 러시아로부터 실제 공급받더라도 각종 테스트 등을 거칠 경우 최소 2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브리핑에서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리 정부 측에 그런 내용(러시아산 불화수소 수입)을 전달한 바는 있다"며 "현재 검토 중에 있는 부분"이라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데 러시아가 일본보다 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제안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말을 아끼면서도 러시아산 불화수소 사용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78,900원 ▲1,500 +1.94%)SK하이닉스 (190,100원 ▲200 +0.11%) 등은 러시아 불화수소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러시아 불화수소는 '미지의 영역'"이라면서 "테스트 단계에서 웨이퍼 몇 장 잘 나왔다고 수 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에서 러시아산을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는 외부 오염은 물론, 재료 안전성 등이 100% 확보돼야 공장이 돌아간다.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투입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공정은 평균 700여개다. 불화수소가 사용되는 공정은 제품군마다 다르지만 100번 안팎이다.

나노 단위의 '초미세공정' 일수록 에칭용 불화수소의 고순도가 담보돼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 불화수소는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산 대체 여부는 현 상황에서 아예 파악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5월)까지 불화수소의 국가별 수입 비중은 일본이 43.9%, 중국 46.3%, 대만 9.7%, 인도 0.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용하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전량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외 국가의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 초기 단계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러시아로부터 불화수소를 공급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시연 테스트까지 빠르면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산 공정에 도입하기 위해 각종 테스트까지 실시하면 시간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한일 관계가 잘 풀려 이미 검증된 일본산 불화수소를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러시아산 사용은 현재로서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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