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최대 수혜국 베트남…美관세 위협에 벌벌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7.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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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베트남 대미 무역수지 흑자 400억달러 돌파 … 트럼프 "베트남, 최악의 착취자"라 칭하기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훙옌의 한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있다. /사진=AFP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훙옌의 한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있다. /사진=AFP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로 여겨지던 베트남이 미국의 관세 대상이 될까 우려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이 베트남으로부터 사들인 태양전지 수입량은 전년 동월보다 656% 늘었다. 이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상당수 중국 제조업체가 고율 관세를 피하고자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베트남은 미국의 주요 수입국으로 급부상했다. 미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베트남의 미국 무역수지 흑자가 매년 200억달러(약 23조5440억원)를 넘겼고, 지난해엔 400억달러(약 47조920억원)에 달해 1992년 미국과 교역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미국의 베트남 제품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2% 늘어, 한국(18.4%), 프랑스(16.5%), 인도(15.2%) 등을 제쳤다.



그러나 베트남의 급성장이 희소식만은 아니다. 미국의 관세 압박 위험도 잇따라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미 재무부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5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에 추가했고,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은 중국보다 더 우리를 나쁘게 이용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거의 최악의 착취자(abuser)”라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일 베트남을 경유해 수출되는 한국과 대만산 일부 철강 제품에 최대 456%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베트남 정부는 당황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베트남 정부는 세계 최대 경제국과의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보잉사 비행기부터 에너지 제품까지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사들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정부 당국자들에게 자국 통화정책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면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알렉산더 부빙 아시아태평양안보센터 교수는 "베트남 정부 당국자들은 매우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한다"며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움직임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처럼 베트남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베트남은 수출액의 25%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1%보다 큰 규모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무역전쟁 수혜로 늘어난 (GDP의) 0.5%포인트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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