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300개 기업 직장 내 괴롭힘 원인보니…세대차가 문제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9.07.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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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금지법]4대그룹 취업규칙 반영·교육 진행..법시행 관련 조치 마무리 단계

편집자주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일부 직업군의 직장 내 괴롭힘 '태움'. 여기서 출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오는 16일부터 시행된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을 저지르게 되고, 회사가 이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처벌된다.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과 법률 전문가 견해, 해외사례를 종합했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세대 간 인식차, 피라미드형 위계구조, 임직원 간 소통창구 부재, 직장 내 과도한 실적 경쟁, 획일화를 요구하는 문화…'

대한상공회의소가 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300개 국내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괴롭힘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내용이다. 특히 직장예절이나 개인 시간 등에 대한 세대간 인식차는 전체 응답자의 35%가 지목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생)로 지칭되는 신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이전 세대인) 베이비부머·X세대와 문화적 마찰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도 "얼마 전 젊은 직원들과 얘기하는데 원치 않는 회식 강요도 괴롭힘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법적 조치보다 △수평적 문화 도입 △소통창구 마련 △결과·경쟁 중심 평가제 개선 등과 같이 직장 문화를 바꾸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이 내린 결론이다.

일단 대기업들은 삼성·현대차 (249,500원 ▼500 -0.20%)·SK (163,400원 ▲2,100 +1.30%)·LG (78,900원 ▲1,000 +1.28%)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조치를 속속 마무리 중이다. 공통적으로 취업 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내용을 반영했으며, 법 위반 시 처리 과정도 마련했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와 현대·기아차 (118,200원 ▲1,600 +1.37%),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이노베이션, LG전자 (90,800원 ▲200 +0.22%) 등 주요 계열사별로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비롯해 국내 실태와 사례, 대처방법 등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교육을 진행했으며, 익명 상담·신고 채널 등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 해당 취업규칙 개정을 위해 노동조합과 협의 중에 있다.

기업들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중인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은 앞서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사례들이 주축을 이룬다. 구체적으론 △신체에 대해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행위 △지속 반복적인 욕설이나 폭언 △다른 직원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합리적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개인 심부름 등 사적인 용무를 지시하거나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조롱하는 행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행위 등이다.
[MT리포트]300개 기업 직장 내 괴롭힘 원인보니…세대차가 문제
대한상의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9곳(93.1%) 이상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한 조치를 끝냈거나 곧 마무리할 예정이다. 세부적인 조치로는 △취업규칙에 반영 △신고 처리시스템 마련 △사내교육 시행 △취업규칙 외 예방 대응규정 마련 △최고경영자 선언 △사내 설문조사 실시 △홍보 및 캠페인 진행 등이 마련됐다.

법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우려도 존재한다. 괴롭힘 행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구체적인 적용사례가 많지 않아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종이나 규모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근로기준법의 성격상 법률조문에 괴롭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일일이 담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판례가 쌓이다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법시행 초기엔 기업들도 괴롭힘 행위에 대해 보수적으로 넓게 판단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수석위원은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인 관점을 갖고 괴롭힘 행위 예방과 발생한 사건의 해결, 사건 이후 신속한 원상회복 등을 위한 제도적 절차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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