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우려 표명 이재용, 반도체 소재 확보에 총력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유희석 기자 2019.07.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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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현지 매체 보도..추가 조달로 모색에 안간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흘째 일본에 머물며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관련 해법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현지 관계자들에게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일본의 TV아사히 계열 방송인 ANN(아사히뉴스네트워크)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최근 일본 메가뱅크(대형은행) 관계자들과 협의하는 자리에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 문제보다 광복절(8월15일)을 앞두고 한국 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반일시위 등이 확산돼 한일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긴급하게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포토리지스트'와 '에칭가스'의 재고 물량 확보를 위해서다.

포토리지스트는 빛에 노출되면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로 반도체 제조과정 중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Photo) 공정에 쓰이는 감광재다. 에칭가스는 독성이 강한데다 부식성이 있는 기체인 불화수소로 반도체 제조공정 가운데 회로의 패턴대로 깎아내는 식각(Etching)과 세정(Cleaning) 작업에 사용된다.



두 제품 모두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인 데다 일본업체가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어 의존도 절대적이다. 업계에선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 중단이란 초유의 사태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포토리지스트는 EUV(극자외선) 공정에 쓰이는 핵심 재료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nm)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7나노 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뿐이다.

이 부회장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불러 진행한 청와대 간담회에도 불참 의사를 밝히고 추가 조달로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ANN(아사히 뉴스네트워크)은 "이 부회장이 반도체 재료의 조달이 정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의 직접 대상이 되고 있는 소재 공급업체가 아닌 일본 대형은행과 협의하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내일(11일) 한국으로 돌아와 일본 기업과의 협의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잇단 고객 문의에 "주문 물량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심시키는 한편 추가 물량 확보 등 비상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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