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사상 초유 우편대란은 피했지만...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19.07.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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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이하 우정노조)가 예고한 파업을 철회했다. 정부의 최종 협상안을 수용한 결과다. 사상 초유의 우편대란은 피했지만 합의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발단은 올들어 9건에 달하는 과로사 추정 집배원 사망사고다. 집배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탓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집배원 인력 증원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정부와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은 예산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왔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집배원 인력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집배원들의 업무량을 줄이면 되지 않을까. 택배업무를 민간기업들에 이양하면 어떨까. 사실 택배는 민간시장에 공공영역이 끼어든 사례다. 경쟁이 치열한 민간시장에 우본이 개입하면서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물류업계에선 우체국이 기존 확보한 물류망을 활용해 민간기업보다 저렴한 택배단가를 책정해 시장 우위를 점해왔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럼에도 우본이 택배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우본은 공공 보편서비스 기능과 우편사업 재정충당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일리가 없진 않다. 도서산간지역 배송은 민간 택배기업들이 수지타산을 이유로 기피한다. 보편적 공공서비스 측면에서 우체국 택배가 필요한 지역이라는 얘기다.

 또하나의 이유는 재정이다. 일반 우편물량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우편 수익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1450억원이었던 적자규모는 올해 2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택배사업이 그나마 완충 역할을 했다.



 우편사업 적자 해소 때까지 우체국 금융사업부문의 이익잉여금을 일반회계로 전출하지 않고 우편사업 적자를 위해 사용키로 했지만 이 역시 우편사업의 적자 사업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택배 사업, 또 도심 택배로 우편사업 전체 적자를, 도서산간부문 적자를 일부라도 보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본의 논리다.

 우본은 우정노조의 파업 협상안으로 위탁택배원 750명을 포함한 집배원 인력 증원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현행 사업구조 변화 없이 집배원 증원 예산을 확충할 묘안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차라리 농어촌 택배업무는 그대로 맡되 도심지역에선 우편·소포 등 공공의 범주에 들어갈 만한 업무만 담당하면 어떨까. 집배원들의 업무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공영역이 민간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관건은 우편사업을 완전 공공 보편서비스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선 우편 사업부문의 인건비를 따로 정부예산에서 보전받는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혈세낭비 우려도 나올 수 있다. 우정노조 또한 우정사업본부 내 인력이 효율적으로 재배치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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