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의사의 또다른 꿈 'K-바이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9.07.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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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열린 한 바이오벤처의 IR(기업설명회)에 100여명이 몰렸다. 투자자는 물론 전문의, 바이오업계 종사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였다.

그냥 궁금해서 와본 사람들도 운집한 모습에 놀란 분위기였다. 이 회사 CEO(대표이사)와 성형외과 전문의인 CTO(최고기술책임자)가 2년여간 개발한 고체형 히알루론산에 대해 발표한 후에는 미용필러 시술을 해온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질문이 이어지는 등 관심이 증폭됐다.



이날 IR 행사는 자금유치를 위해 한 벤처기업이 연 설명회라기보다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가 전문의의 기업가정신과 산업간 융합에 달려 있음을 새삼 확인케 해준 자리였다.

이 회사가 설립된 건 6년 전이지만 실제로 사업을 본격화한 건 전문의인 CTO가 합류한 2년 전부터다. CEO가 그동안 의학계에서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내고 신물질을 개발했다면 CTO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왼쪽 허벅지를 마루타 삼아 기술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는 전문의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전문의라도 기업가정신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CTO는 “우리가 개발한 신물질은 앞으로 바이오업계의 안드로이드처럼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바이오산업은 화장품, 식품, 전자제품, 자동차, IT(정보기술), 의류 등 타 산업과 융합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지만 이 회사가 개발한 신물질은 한두 산업과의 융합이 아닌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식음료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돼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얘기다.

바이오와 타 산업의 융합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바이오 산업 인력이 2022년 8101명, 2027년 2만307명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바이오가 타 산업과 융합해 성장하면 바이오산업뿐 아니라 기존 산업의 일자리도 확대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해줄 핵심인력이 기업가정신을 지닌 전문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오는 8월부터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인 디캠프와 함께 도입할 창업교육과정을 벤처업계가 크게 반기는 이유다.


최근 바이오업계는 한미약품의 1조원 규모 기술수출 무산,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위기 등으로 움츠러든 모습이지만 이 또한 ‘K-바이오’의 성장과정이라는 게 벤처업계의 의견이다.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이 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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