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에 韓수출 막았다는 아베(종합)

머니투데이 오상헌 , 김성휘 , 권다희 , 강민수 기자 2019.07.0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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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보복배경 '부적절한 사안' 北관련 시사...文대통령, 8일 수보회의 언급 여부 주목

【오사카(일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6.28.   pak7130@newsis.com【오사카(일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6.28. [email protected]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반도체 등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 배경과 관련해 대북제재 규정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측의 명백한 보복 조치로 규정하자 북한을 끌어들이는 새 명분찾기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아베 총리는 7일 BS후지TV에 출연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제조에 (반도체 소재) 물질이 흘러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냐’는 질문을 받고 “개별적인 사안을 말하기는 꺼려진다”면서도 “(한국이) 정직하게 수출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나타내주지 않으면 우리는 (관련 물질을) 내보낼 수 없다”고 답했다.



◇아베, 대북제재 이행 언급 "수출관리 확실해야"

아베 총리는 수출규제 강화의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을 들다가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며 북한 문제를 수출규제와 연결지었다. 앞서 지난 5일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군사 전용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며 ‘북한 관련 설’을 흘린 데 이어 총리가 직접 나서 대북제재 연관성을 언급한 셈이다.



연일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는 아베 총리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도 대일(對日) 관련 발언을 자제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일 수출규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일주일째 침묵이다. 청와대는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수출규제 조치를 ‘보복적 조치’로 처음 규정하고 강경 대응 기조로 선회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설 경우 양국간 전면전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직접 등판이라는 최후카드를 아껴둔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청와대가 이날 수출규제 대응 논의를 위한 김상조 정책실장과 대기업 총수들의 회동을 일절 비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참석기업 명단이나 발언이 노출했을 경우 일본을 자극하거나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감안한 것으로 이해된다. 관심은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로 쏠린다.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언급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오는 10일 예정된 30대 기업 총수들과의 만남도 관심거리다.


◇외교·경제·안보 갈등 폭주…민간외교 'SOS'


청와대와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양국간 갈등이 외교·경제·안보 분야까지 전방위로 폭주하는 국면이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기본 입장은 일본의 보복 조치에도 ‘과거사 문제와 기타 한일관계를 분리 대응한다’는 ‘투트랙 기조’다. 일본에 이미 제시한 강제징용 문제 해법(한일 기업 기금출연) 수용을 전제로 ‘외교적 협의’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되, 수출규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기본 전략이다.

문제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그간의 입장을 우리 정부가 바꿨다며 “국가 간 약속을 어겼다. 신뢰를 위반했다”(아베 총리)고 본다. 앞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 외교문서 전면 공개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합동위원회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사실상 소멸됐다는 결론을 냈다. 문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위원회에 참여했다는 점도 일본은 문제 삼는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사법부(대법원)의 개인청구권 유효 판결이 내려진 만큼 행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는 NSC와 외교부 등 각급 외교 채널과 함께 민(기업)·관(산업통상자원부) 차원의 경제·산업적 대응 등 여러 층위의 다발적 소통으로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일본 출장 등을 이유로 김상조 정책실장과 기업 총수 회동에 불참했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 수출규제 사태의 해법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는 남관표 주일 대사의 최근 발언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주일대사는 관계 개선 역할을 하고, 산업부를 비롯한 청와대 정책실 등은 업계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챙겨나가고 있다”고 했다.

◇"물밑조율 외교적 해결해야, 美중재 요청도 해법"

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해법’의 필요성도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한일 정상이 만나는 것보단 민관 차원의 소통과 외교 채널간 물밑조율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의 해법을 일본이 수용하지 않은 만큼 물밑조율을 통해 새로운 안을 내놓을 필요도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 여론전과 대미 중재 요청, 관련국과의 공동 대응, 양국 의원외교 등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도 미일관계 등에서 불안해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역풍이 거세지고 일본 내부에서도 반발기류가 커지면 한일관계 갈등 완화를 촉질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한일 네트워크가 상당 부분 붕괴되고 있다”며 “양국 정부의 조율 외에 의회 차원의 외교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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