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를 찾아라"…경기 나쁠수록 주가는 뛴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7.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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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예상치 밑돈 취업자 수에 '금리인하 기대' 랠리…"S&P 3000선 돌파시 차익실현 있을듯"

"악재를 찾아라"…경기 나쁠수록 주가는 뛴다?


시장이 악재에 목 말라 있다. 경기지표가 나쁠수록 더욱 반기는 아이러니다. 금리인하의 명분이 필요해서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배경에도 나쁜 경기지표가 있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9.32포인트(0.67%) 오른 2만6966.00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는 22.81포인트(0.77%) 뛴 2995.82로 3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61.14포인트(0.75%) 상승한 8170.23을 기록했다. 3대 지수 모두 종가 기준으로 사상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T3라이브의 스콧 렌들러 파트너는 "S&P500 지수가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할 경우 차익실현 매물 때문에 다소 조정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반도체 등 기술주들이 받쳐준다면 S&P500 지수가 3000선에 안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민간부문 취업자 수는 10만2000명 늘었다. 시장이 예상한 증가폭 14만명을 밑도는 수치다. 그러나 시장은 여기에 반색했다.

E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이반가르트 부사장은 "시장은 금리인하론을 뒷받침할 경제적 증거를 찾고 있다"며 "오늘 나온 취업자 지표는 올들어 가장 나쁜 수치였고, 오히려 이게 주가를 밀어올렸다"고 했다. 그는 "이는 경기둔화의 신호지만, 경제성장을 정체시킬 정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와 ECB(유럽중앙은행) 총재에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가 낙점된 것도 향후 글로벌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기대에 불을 지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연준 이사 2명에 크리스토퍼 월러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부총재와 주디 쉘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미국 상임이사를 지명키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그동안 금리인상에 반대하고 금리인하를 지지해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거대한 통화 조작 게임을 벌이고, 그들의 시스템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며 "우리도 대응(Match)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우린 계속 다른 나라들이 수년간 게임을 지속하는 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얌전하게 지켜보는 멍청이 노릇을 해야 한다!"고 개탄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낮춰야 한다는 뜻으로, 연준에 또 다시 금리인하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대내외 금리차에 따라 통화 가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달말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70.3%, 한꺼번에 50bp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29.7%다.

ECB 차기 총재에도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가 내정됐다. 전날 28명의 EU(유럽연합) 정상들은 격론 끝에 라가르드 총재를 ECB 총재로 지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명 직후 IMF 총재 직무에 대한 일시중단 의사를 밝혔다.

시장은 라가르드 총재가 상대적으로 저금리를 선호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주의자)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의 ECB 총재 지명을 우려해왔다.

픽테자산운용의 프레데릭 두크로젯 전략가는 "라가르드 총재에 대한 시장의 인상은 실용적 비둘기파로 기울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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