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뮤지컬, 나에게 무슨 짓을 한거니?”…밤마다 떠오르는 잊지 못할 에너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7.0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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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스쿨 오브 락’…숨겨진 열정을 쉴 새없이 자극하는 역동적 서사의 끝판왕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사진제공=클립서비스뮤지컬 '스쿨 오브 락'. /사진제공=클립서비스


가볍게 입장했다가 호흡이 2배는 가빠진 채 빠져나왔다. ‘노래 부분만 신나겠지’ 하던 선입견도 와르르 무너졌다. 마지막 남은 색안경. “그래봐야, 영화보다 낫겠어?” 결국 ‘ㅠㅠ’를 그리고 말았다.

모든 기대를 배반하거나,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심장 한구석에 진하게 새겨 넣고 밤잠 설레게 한 이 ‘녀석’을 원망하리라. 사랑을 못 하니 질투가 생겼고, 영화보다 잘 나니 원망이 생겼다.



실로 재미나고 맛난 뮤지컬을 오랜만에 만났다. 커튼콜이 반복되는 마지막 순간, 느꼈다. 제작진이 영화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안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 피나는 과정이 피부에 한 땀 한 땀 새겨진 순간이었다.

“이 뮤지컬, 나에게 무슨 짓을 한거니?”…밤마다 떠오르는 잊지 못할 에너지
2시간을 2분처럼 느끼게 해준 마법 같은 시간도 그렇지만, 아역이며 주인공이며 그 어떤 역할에도 ‘목숨 걸고’ 덤비는 배우들의 집중력에 혀를 내두르다 꼬일 뻔했다.



록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사멸의 길을 걷는 와중에, 록의 부활을 알리는 희망의 불씨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일 것이다.

이 뮤지컬은 그만큼 기존에 익히 봐 왔던 많은 문법을 배반한다. 성악에 가까운 듯한 안전한 창법도 잊어야 한다. 스토리 전개에 약간은 불필요 보였던 디테일의 미학도 이 극에선 놓치지 않는다. 생선회처럼 살아 날뛰는 생생한 현장감은 그중 압권으로, 눈과 귀도 모자라 심장까지 제어한다.

작품은 연극의 살아있는 서사와 영화의 입체적 역동성을 동시에 구현함으로써 독보적인 뮤지컬의 존재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영화에서 ‘나홀로 창창’ 빛난 잭 블랙(듀이 역)을 맡은 코너 글룰리의 기대 이상의 불도저 같은 연기는 감동적이다.


“이 뮤지컬, 나에게 무슨 짓을 한거니?”…밤마다 떠오르는 잊지 못할 에너지
마치 잭 블랙이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구석 연기’까지 쓸어 담아 녹여내는 듯하다. 그의 벅찬 연기에 아이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실제 수준급 연주를 자랑하는 아이들이 합주할 땐, 어른들의 어설픈 록을 창피하게 만든다. 특히 교실에서 첫 합주가 이뤄질 때 드러머 프레디 역의 조지 오뎃(12)이 스네어를 치는 리듬에선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11세에서 12세 정도로 구성된 아역 배우들이 합창하는 부분이 ‘세서’ 과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록’을 소재로 한 작품은 원래 그런 것이다. 뿜어내는 에너지가 규칙을 배반하는 것, 그것이 ‘앉아있어야 할’ 관객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다.

1부가 연극의 전개 방식을 따라 서사에 재미를 느끼는 관객의 ‘뇌’를 시종 자극한다면, 2부는 지지고 볶는 아수라장의 연주로 관객의 ‘몸’을 깨운다. 뮤지컬에서 흔히 듣는 악기 소리가 이 작품처럼 ‘이야기’나 ‘감정’으로 전해진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다.

“이 뮤지컬, 나에게 무슨 짓을 한거니?”…밤마다 떠오르는 잊지 못할 에너지
뮤지컬은 또 친절하게도 영화의 마지막 경연에 쓰인 곡 이외에도 주제곡 ‘스틱 잇 투 더 맨’(Stick it to the man)까지 연주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록의 성지’ 체험을 안겨준다.

이 주제곡에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반음씩 올라가는 기타 프레이징이 가슴 한 켠에 박히자, 괴로움과 원망이 떠날 줄 몰랐다. 게다가 주제곡 제목은 ‘권력에 대항하라’(Stick it to the man). 발라드의 우아함으로 접근했다가 록의 야성으로 바뀐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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