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TV 디스플레이 핵심재료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4일부터 단행한다고 밝혔다.
아츠시 오사나이 일본 와세다 경영대학원 교수는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의 제조업 분야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이번 제재는 일본 기업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로부터 유일한 승자는 중국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굴기'를 내세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자국 전자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이 재료 조달에 차질을 빚는 동안 관련 산업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가 있던 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한국 기업들 뿐만은 아니었다.
이날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규제의 대상이 된 제품을 한국 등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사실 확인 등 대응에 분주했다.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스텔라 케미파와 모리타 화학공업, 리지스트 생산에 관계된 JSR과 도쿄오사카공업 등이 이에 해당했다. 스텔라케미파 측은 특히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번 규제 조치로 자사 제품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즉시 알렸으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파악중"이라고 설명했다. 1일 스텔라케미파 주가는 전일 대비 2.33% 내린 2930엔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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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오사카공업 역시 "리지스트 매출에서 한국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번 조치의) 영향은 클 것"이라고 말해 당혹감을 나타냈다는 보도다.
전세계 반도체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의 반도체 담당 CW 정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생산에 큰 차질이 생기면 가격 상승으로 인해 모든 피해는 고객과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정부는 이것에 대해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0년 일본이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였을 때,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둬 자원 무기화 카드를 쓴 결과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분쟁 이후 일본은 호주 광산업체 라이너스를 지원해 말레이시아에 희토류 제련 공장을 설립하고, 아프리카 등 대체지나 대체 재료를 민관을 통해 개척, 개발했다. 또 이 싸움을 지켜 본 다른 나라들도 희토류 중국 의존도를 점차 낮춰나가면서 장기적으로 희토류 가격이 낮아졌다. 이번 사태로 인해 반도체 재료와 공급처로서 '탈일본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일 일본 경제 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번 조치는 국제정치의 도구로서 통상정책을 이용하려는 발상이 짙다"며 "하지만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 부작용이 크고 장기적으로 보면 불이익이 많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한국 전자산업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함께 한국 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일본 기업에도 타격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를 대상으로 (통상조치를 결정) 한 것은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