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산업강국 韓 급소찌른 日, 해법은 국산화뿐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9.07.02 17:00
글자크기

[준비안된 한일 경제전쟁]대일의존도 28.1%→16.3% 낮췄지만 초격차 핵심소재에 발목… 전문가 "수입대체 어려워 국산화 서둘러야"

편집자주 한국 사법부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핵심 부품 수출규제로 맞받아치며 경제 국지전을 도발했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국가간 무역전쟁의 결과는 ‘루즈-루즈(lose)’라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자발적 민간대응의 역할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MT리포트]산업강국 韓 급소찌른 日, 해법은 국산화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강국으로 자부하던 한국이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라는 불확실성에 맞닥뜨렸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과정에서 핵심 소재·부품을 일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 됐는데 타격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 수입선 다변화 같은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려 대(對)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재·부품 수출은 3162억달러로 총 수출(6055억달러)의 52.2%를 차지했다. 무역수지는 1391억달러 흑자를 냈는데 전체 무역흑자(705억달러)의 약 2배를 기록했다. 2001년 소재·부품 수출액이 620억달러, 무역흑자가 27억달러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7년 만에 수출은 5배, 무역흑자는 51배 늘었다.



정부가 양적 팽창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정작 질적 향상은 갈 길이 멀다. 정부는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4차례 소재·부품발전기본계획을 내놓으며 ‘소재·부품 세계 4강 도약’을 목표로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질적인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고질적인 소재·부품산업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01년 105억달러이었던 적자폭은 2010년 243억달러까지 늘어났으나 이후 축소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51억달러로 줄었다. 대일본 수입의존도 역시 2001년 28.1%에서 지난해 16.3%까지 하락했다.

[MT리포트]산업강국 韓 급소찌른 日, 해법은 국산화뿐
문제는 초격차 기술을 앞세운 핵심 소재 분야다. 범용 소재·부품의 경우 한국, 중국 등 후발주자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상승했지만 핵심 소재 분야는 오히려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더 커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단적인 예가 일본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 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다.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 70~90%를 독점한 핵심 소재인데 실제로 공급이 중단되면 삼성전자 (81,300원 0.00%), SK하이닉스 (178,000원 ▼1,600 -0.89%) 등 한국 기업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 역시 도레이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특히 첨단산업 관련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이 취약한데 평균 기술력이 독일, 일본 등 선진국 대비 66%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기준 세계 2000대 기업 중 소재 기업 수는 미국 40개, 일본 29개지만 한국은 단 7개에 그친다.

무엇보다 핵심 소재 분야는 초격차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수출규제를 진입장벽 삼아 해당 산업 가치가슬 진입 자체를 막아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서로 얽혀 있어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국가 산업계도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외교·안보를 이유로 강행할 경우 상대국이 마땅히 대응할 카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원론적 대책을 앞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대체수입선 확보 등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첨단산업 생산라인의 최적화 구조와 가격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수입선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 산업계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 대책은 과감한 R&D 지원을 앞세운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이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할 수 밖에 없는 품목을 골라 급소를 찌른 격”이라며 “당장 돈 되는 생산기술 개발에만 치중해 경쟁력 원천이 되는 원천기술 개발에 소홀했는데 지금이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국산화율을 높이는 대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