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구원' 등판한 Fed…연말 금리인하 유력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6.0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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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연준 의장 '금리인하' 시그널에 뉴욕증시 급등…발언에 '통화정책 인내심' 표현도 빠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무역전쟁으로 혼돈에 빠진 세계경제에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다. 연준의 수장인 제롬 파월 의장이 직접 무역전쟁으로 경기둔화가 우려될 경우 금리인하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은 올해말 두차례 금리인하에 베팅했다. '아마게돈'의 공포에서 벗어난 증시는 랠리로 화답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통해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act as appropriate to sustain the expansion)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둔화되거나 경기위협 요인이 가시화될 경우 정책금리 인하 등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지난해말 이후 파월 의장이 직접 금리인하 가능성을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는 2.25~2.50%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글로벌 무역전쟁이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모른다"며 "우리는 무역전쟁이 미국 경기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무역전쟁을 고려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도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우리 시대의 눈에 띄는 통화정책 도전 과제"라며 저물가 역시 금리인하의 근거로 제시했다.

선트러스트의 케이쓰 러너 수석전략가는 "시장이 그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을 오늘 파월 의장이 들려줬다"고 평가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에는 그동안 공개 발언에 줄곧 포함됐던 "현재 정책금리는 적절한 수준"이라거나 "통화정책에 인내심을 발휘하겠다"는 등의 표현도 들어가지 않았다. 금리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미리 문구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정책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앞서 정책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연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인 불러드 총재는 전날 한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을 조정하고 급격한 경기하강에 대비하기 위한 하향적 정책금리 조정이 곧 정당화될 것"이라며 금리인하 기대를 부추겼다.

CME(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OMC가 오는 11월 이전 금리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을 90%, 12월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80% 반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올들어 두번째로 큰 상승폭을 보였다. 우량주(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12.40포인트(2.06%) 뛰어오른 2만5332.1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58.82포인트(2.14%) 상승한 2803.2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94.10포인트(2.65%) 오르며 7527.12에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반(反)독점 당국의 조사 소식에 급락했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주가는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보야투자운용의 캐린 캐버너프 선임전략가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는 시장에 안도감을 주고 랠리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신호로 경기침체 위험이 줄면서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는 반등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3.4bp(1bp=0.01%포인트) 오른 2.119%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5일 연속 하락하며 2017년 9월 이후 약 20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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