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도쿄만?' 외국인들 왜 '지방'에 갈까[日산지석]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6.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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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방에 간 관광객 1800만명
해보고 있는 대로 느끼는 '경험' 중시
인구 줄어드는 지방 경제살리기 도움

편집자주 타산지석, 남의 산에 있는 돌이 내 옥을 다듬는 데 도움될 수 있다는 뜻.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울 점, 경계할 점을 살펴봅니다.

시마나미 카이도. /사진=시마나미재팬 홈페이지시마나미 카이도. /사진=시마나미재팬 홈페이지


'일본은 도쿄만?' 외국인들 왜 '지방'에 갈까[日산지석]
여러분들은 해외여행을 떠날 때 어떤 점을 고려해 장소를 정하시나요? 아마 처음 떠나는 나라라면 대도시 등 유명한 곳이 우선일 텐데요. 지난 21일 일본 관광청은 '2019년판 관광 백서'를 통해 지난해 지방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는 결과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5년 전 '지방소멸' 정부 보고서로 충격을 받은 일본에는 희망적인 소식이 됐습니다.

일본의 외국인관광객 증가 소식은 이미 여러 번 전해지긴 했습니다. 2013년 관광객 1000만명(1036만)을 넘긴 일본은 지난해 3119만명으로 5년 새 규모가 3배로 커졌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도시권(도쿄, 오사카 등 8개 지역)에만 머무른 사람은 1319만, 지방에 간 사람은 1800만이라고 밝혔습니다. 도시 외부를 경험한 사람이 500만명가량 더 많았습니다. 도시-지방 방문자수 역전은 2015년 시작돼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고령화 및 인구감소 문제를 크게 겪는 지방도시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동 비용을 포함한 지난해 여행자들의 전체 소비액(4조5000억엔)은 3년 전보다 28.5% 늘었지만, 지방(1조362억엔)만으로 한정하면 58%가 늘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배경인 다케다성터 주변 양조장을 개조한 닛포니아 호텔. /사진=닛포니아 홈페이지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배경인 다케다성터 주변 양조장을 개조한 닛포니아 호텔. /사진=닛포니아 홈페이지
지난 10일 일본은행은 지역경제보고서인 '사쿠라 보고서'를 통해 "지역에 있어서 관광은 경제활성화를 이끄는 주요 전략"이라고 적었습니다. 지난해 지방의 숙박업 공사예정 금액은 2013년의 4.7배로 늘었습니다. 지방을 찾는 여행객이 증가하자 펀드가 오래된 여관을 인수해 재건에 나서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관광업계 고용도 자연히 늘고 있습니다.



그러면 관광객들은 왜 지방으로 가고 무엇을 할까요? 일단 지방 여행이 늘어나는 데는 '재방문'의 증가가 있습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60%가량은 2번 이상 일본 땅을 밟았습니다. 처음에는 대도시 위주로 여행했다면 두 번째부터는 다른 곳으로 관심을 넓히는 것입니다. 물론 다시 찾는 나라라면 첫 경험이 만족스러웠다는 뜻이 됩니다.

관광백서는 경험하고 사람을 만나는 '체험형 소비'가 늘며 지방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증가한다고 분석합니다. 2014년 관광객 대상 조사에서 일본을 찾은 이유는 '일식'이 34.4%로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27.9%로 줄었고, '지방 체험'은 반대로 (28.2%→)34.8%로 늘었습니다.

특히 스키·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지방에 가는 비율은 87%나 됐습니다. 스키장이 대부분 도시 밖에 있으니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이들은 여행 와서 22만5000엔을 소비해 스키를 타지 않은 사람(15만2000엔)보다 7만3000엔(약 80만원) 더 썼습니다. 관광객 급증으로 홋카이도 니세코 굿찬마을의 공시지가는 1년 새 무려 58.8%나 오르기도 했습니다. 일본 대표 문화인 온천을 목적으로 온 관광객들도 지방으로 많이 갔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다른 체험을 즐기거나 농·어·산촌의 실제 모습을 느끼려는 관광객도 많다는 겁니다.

시마나미 카이도 주변을 다니는 자전거족을 위한 택시. /사진=시마나미재팬 홈페이지 시마나미 카이도 주변을 다니는 자전거족을 위한 택시. /사진=시마나미재팬 홈페이지
일본 서부 세토우치로 불리는 바다의 7개 섬을 연결하는 시마나미 카이도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몰려듭니다. 70㎞에 이르는 자전거도로가 유명해졌기 때문인데요. 이곳에는 자전거족을 위한 택시, 배들도 다니고, 이들을 위한 전용숙소들도 있습니다. 3년마다 봄, 여름, 가을 국제예술제도 펼쳐지는 세토우치 지역(7개현)은 지난해 관광객 소비액이 1585억엔으로 3년 만에 78% 늘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효고현의 사사야마라는 마을에는 오래된 전통가옥들이 원래 겉모습은 유지한 채 리모델링을 거쳐 호텔로 변신했습니다. 업체 NOTE는 이런 식으로 빈집들을 묶어 '하나의 호텔'로 만드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전통적인 것을 몸으로 느끼고 주민들과도 접할 수 있어 좋아합니다. 고친 집들들 중에는 전통술 양조장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숙박하면 갓 만든 술도 마실 수 있습니다. 심각해지는 일본 내 빈집 문제의 대안도 돼서 주목받습니다.

고카야마 홈페이지고카야마 홈페이지
독특한 전통가옥으로 유명한 도야마현의 산악지대에 있는 고카야마의 2곳 마을은 유네스코문화유산에 올랐습니다. 관광안내소에는 방문객이 자신의 출신국을 스티커로 붙이는 판이 있는데 "붙일 자리가 곧 없어질 것 같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여행에서 쇼핑이 중요한 일이었지만 해외직구가 쉬워진 지금, 경험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늘고 있습니다. 일본 관광청은 요즘 관광객들의 성향에 대해 "관광용으로 일부러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진짜'를 체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분석했습니다. 당국은 지방 관광객 증가를 위해 농가, 전통 성 등에 체험형 숙박 시설을 늘리기로 하고, 소비액 확대를 위한 체류기간 늘리기를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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