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中슈퍼컴퓨터 제재+이란 전운…다우 0.1%↓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6.22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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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슈퍼컴퓨터 기업도 '거래제한'…美동부 최대 필라델피아 정유시설서 대형 폭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이어 중국 슈퍼컴퓨터 업체들에도 '거래제한' 제재를 내리면서 미중 무역전쟁 확전 우려가 불거졌다. 전운이 감도는 중동 정세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美, 中슈퍼컴퓨터 기업도 '거래제한'…무역전쟁 확전 우려



21일(현지시간)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04포인트(0.13%) 내린 2만6719.13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500 지수는 3.72포인트(0.13%) 하락한 2950.4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9.63포인트(0.24%) 떨어진 8031.71로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 중에선 애플과 아마존이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슈퍼컴퓨터 관련 업체들과의 거래를 제한했다는 소식에 반도체주 자일링스와 엔비디아가 각각 2% 가까이 떨어졌다. AMD도 2% 이상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의 슈퍼컴퓨터 제조업체 중커수광(中科曙光·Sugon)과 반도체 업체 하이곤(Higon), 청두 하이광 집적회로, 청두 하이광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테크놀로지, 우시 장난 컴퓨팅기술연구소 등 5개 기업과 그 계열사 및 연구소들을 거래제한 명단에 올렸다.

거래제한 명단에 오르면 미국 기업과 제품 뿐 아니라 부품 거래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미 당국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만 제한적으로 거래가 허용된다.


상무부는 이 기업들에 대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 이익에 결정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거나 (장래에) 가할 수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화웨이에 제재를 가할 때와 비슷한 논리다.

상무부는 특히 이날 거래제한 명단에 포함된 중국의 연구소 한 곳을 지목하며 "중국군 현대화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떤 경우에도 중국 IT(정보기술) 업체들을 통한 정보 유출은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명단에 올린 바 있다. 화웨이가 자사 통신장비를 활용해 중국 정부의 스파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중 양자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분쟁과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한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도 이날 증시 약세에 한몫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군 드론(무인기)을 격추한 이란에 대해 공격 명령을 내렸다가 공격 개시 10분 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전날 그들(이란)이 공해상에서 (미국의) 무인기를 격추한 데 대한 대응으로 전날 밤 3곳을 공격하려 했다"면서 "그러나 150명이 사망한다는 보고를 받고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공격 10분 전에 그것을 멈췄다"며 "(공격은) 무인기를 격추한 것에 비례적(proportionate)이지 않았다"고 했다. 사상자가 없는 무인기 격추에 대응해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공격을 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만약 거기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란이 고의로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믿기 어렵다. 실수로 보인다"며 확전을 자제할 뜻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며 "이란은 절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미국에 대항할 수 없다. 세계에 대항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美 기존주택 거래, 석달만에 반등

한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부추겼다.

연준 위원이지만 현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투표권이 없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은행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최근 FOMC 회의에서 50bp(1bp=0.01%포인트)의 금리인하를 주장했다"며 물가 부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물가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둔화 등을 고려해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은 다음달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다음달말 FOMC에서 정책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다. 25bp 내릴 것이란 전망이 67.7%, 한꺼번에 50bp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32.3%다.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 건수는 3개월만에 반등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하락이 주택구입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는 534만채로 전월 대비 2.5% 늘었다. 지난달 미국의 주택 평균 가격은 27만7700달러(약 3억2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8% 상승했다.

미국의 이번주 모기지 금리는 3.84%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AP통신은 금리 하락으로 주택 구매를 위한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수요가 늘어났다고 해석했다.

◇美동부 최대 필라델피아 정유시설서 대형 폭발

국제유가는 올랐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미국 동부 최대 정유시설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까지 겹쳤다.

이날 오후 3시42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분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5센트(0.96%) 오른 57.6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 원유시장의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8월분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현지시간 저녁 8시42분 현재 배럴당 89센트(1.38%) 상승한 65.34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날 미국 동부 최대 정유시설인 필라델피아 휘발유 정제소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NBC 등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새벽 굉음과 함께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인근이 폭발 잔해로 뒤덮였다.

불길을 잡기 위해 120명의 소방관이 투입됐다. 필라델피아 소방당국은 폭발과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한 명이 가슴 통증을 호소한 것 외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정제소 폭발 소식에 미국 휘발유 선물가격은 오전 한때 4% 가까이 급등했다.

달러화는 약세였다. 이날 오후 4시53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0.45% 내린 96.20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금값은 올랐다. 같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은 전일 대비 0.41% 상승한 온스당 1402.6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통상 달러화로 거대되는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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