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몰락?... 고급브랜드들 '면세점 매출'에 사활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6.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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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면세점 매출 사상 최대…백화점 매출 뛰어넘자 고급 브랜드, 공항 여행객 집중 공략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AFP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AFP


세계적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면세점 매출이 백화점 등의 몰락과 대조돼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실제로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는 전체 매출 중 면세점 비중이 백화점을 사상 처음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고급 브랜드들은 면세점 매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세계 공항에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간을 때워야 하는 여행객들을 끌어들이는 전세계 공항의 면세점 매출이 늘고 있다"며 이는 '소매업의 몰락'으로 오프라인 상점이 점점 사라져가는 상황과 대비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세계 면세점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서클에 따르면 전세계 면세점 및 기타 여행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760억달러(약 90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매출 690억달러(약 81조6700억원) 대비 9.3% 증가한 것이다. 8년 전에 비하면 330억달러(약 39조원)가 늘었다. 기타 여행 소매판매액에는 공항 상점, 기내 구매, 크루즈 및 공항에서 접수된 온라인 구매 등이 모두 포함된다.

면세점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고급 브랜드의 최대 판매 창구로 여겨지던 백화점 매출도 뛰어넘었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는 전체 매출 137억달러(약 16조2000억원) 중 18%를 면세점에서 끌어들이면서 처음으로 백화점 매출을 능가했다. 올리비에 보트리 에스티로더 본사 면세담당 사장은 "면세점만큼 유동인구가 보장되는 판매 창구는 거의 없다"며 "백화점이 사라지는 것은 괜찮지만 주요 공항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큰 재앙"이라고 말했다.



특히 면세점 입점 기업들은 아시아 여행객들을 성장 가능성 높은 잠재고객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체 바카디의 비나이 골리케리 면세담당 사장은 "특히 중국 사람들은 전체의 9%만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며 매일 약 7000명의 중국인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제선 비행기를 타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중산층 여행객들이 면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앞으로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면세점 매출이 중요해지자 기업들은 면세점 전용 라인제품을 내놓으며 고객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코티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와 함께 면세점 전용 립스틱 라인을 선보였다. 바카디 역시 지난달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알트모어 스카치 위스키' 한정판 시리즈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골리케리 바카디 면세담당 사장은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잘 찾을 수 없는 특별하고 모험적인 제품을 찾는다"며 제품 출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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