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쁘기만 한 택배기사? NO" 만족도 높아진 택배 현장

머니투데이 부천(경기)=이건희 기자 2019.06.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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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분류 '휠소터'·분류도우미 고용 등 분업 활성화에 매출·근무시간 모두 안정화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서 택배 물품들이 분류 자동화 시스템 '휠소터'에 의해 분배되는 모습. /사진제공=CJ대한통운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서 택배 물품들이 분류 자동화 시스템 '휠소터'에 의해 분배되는 모습. /사진제공=CJ대한통운


"아침 7시부터 점심까지 서서 택배 분류하는 일? 이제 없죠."(32세 CJ대한통운 택배기사 A씨)

한때 택배 물품을 분류하는 컨베이어벨트에 택배기사들이 줄지어서 자신들의 물건을 분류하던 때가 있었다. 마치 공항에 도착해 자신의 짐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제 CJ대한통운 (112,900원 ▼100 -0.09%)에는 그런 장면이 거의 없다. 분류 자동화 시스템인 '휠소터'(Wheel Sorter) 도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 분류의 자동화, 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의 추가 인력 고용 등으로 현장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



13일 방문한 경기 부천시 CJ대한통운 양천서브(SUB)터미널에선 안정적으로 변한 배송 전 택배 현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서울 양천구 지역의 물류 배송을 담당하는 이곳에선 165명에 달하는 택배기사가 하루 평균 4만여개의 물품을 배송한다.

이날 오전 11시쯤 만난 택배기사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차량에 분류된 물품들을 싣고 있었다. 분주하거나 지친 기색은 아니었다. 각자의 흐름이 있는 듯 누군가는 짬을 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었고, 또 다른 이는 배송을 빨리 나가려는 듯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과거에는 오전 분류작업만으로 '진이 빠졌다'는 게 기사들의 설명이다. 홍우희 CJ대한통운 서울신월대리점장은 "이전에는 오전 7시까지 출근해 점심 때까지 분류작업만 했다"며 "이제 출근시간도 제각각일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소개했다.

그 배경에는 분류 자동화와 함께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택배기사들이 필요에 따라 개별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있다.

홍 점장은 "지난해부터 택배기사들 4~5명이 돈을 모아 분류 작업만 돕는 분류도우미(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했다"며 "이를 통해 택배기사들이 배송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천서브터미널에서만 분류도우미 23명이 일하고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서 택배 물품들이 분류 자동화 시스템 '휠소터'에 의해 분배되는 모습. /사진제공=CJ대한통운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서 택배 물품들이 분류 자동화 시스템 '휠소터'에 의해 분배되는 모습. /사진제공=CJ대한통운
분류 업무에서의 효율은 급여 및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32세 택배기사 A씨는 "근무시간 등에서 만족감이 높다보니 자연스럽게 고객들에게 서비스도 더 잘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점을 기반으로 한 덕에 평균 급여도 상당했다. 지난해 기준 택배기사들의 월 평균 소득은 578만원에 달했다. 각종 비용을 제외한 연평균 순소득은 5200여만원 수준이라고 CJ대한통운 측은 분석한다.

자연스레 택배기사들의 이탈율도 낮아졌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은 "택배기사의 중도 사업포기 비율은 0.5%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사업 안정성이 대폭 개선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만큼 업무에 뛰어들 수 있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최 본부장은 "전국에서 최고령 택배기사 분은 80세로 업무량을 조절해 월 200만원이라는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며 "종사기간도 무려 6년9개월(81개월)"이라고 했다.

현장에선 농담처럼 "우리도 택배기사 업무에 뛰어들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홍 점장은 "이미 택배기사 업무를 하고 싶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탈하는 사람이 나와야 자리를 채우는데, 대기자도 많고 이탈율도 적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렇다고 택배 시스템의 모든 부분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회사 관계자들은 서브터미널 상위 개념인 허브터미널의 상하차 시스템 등은 아직 자동화를 도입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택배 판가 현실화 등도 고민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앞으로도 택배산업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쟁력 강화 및 택배 업무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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