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의 변신…PE 투자 확대 "대형화 바람"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9.06.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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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IB투자·미래에셋벤처투자 등 상장 VC 잇따라 PE 투자 공격적 행보…투자 전문성 강화 위한 분할도

벤처캐피탈의 변신…PE 투자 확대 "대형화 바람"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투자시장 유동성 확대에 따른 대형화 바람을 타고 프라이빗에쿼티(PE)로 사업 영역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PE 투자 전문성 강화를 위해 벤처캐피탈과 법인 분할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벤처투자 (5,390원 ▲10 +0.19%), 아주IB투자 (2,645원 ▼20 -0.75%), SV인베스트먼트 (2,005원 ▲7 +0.35%) 등 상장 VC의 PE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최근 신규 PE 펀드 조성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증권 PE와 함께 2000억원 규모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투자를 위한 프로젝트펀드를 만들고 있다. 또 하나투어와 함께 2000억원 규모의 여행 신사업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를 준비 중이다. 펀드 조성이 순조로울 경우 연말까지 5000억원 이상의 PE 운용자산(AUM)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아이비투자는 최근 야놀자 투자로 주목을 받았다. 이곳에 500억원 이상 투자한 펀드가 '아주좋은PEF'다. 아주아이비투자는 현재 4개의 PE 펀드를 운영하고 있고, 운용자산은 약 6500억원이다. 아주좋은PEF의 경우 운용자산이 2500억원으로, VC 업계 PE 펀드 중 규모가 비교적 큰 편이다.



이 같은 벤처캐피탈의 PE 투자 확대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투자시장의 업력이 쌓이고 벤처기업들이 점차 성장하면서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투자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놀자, 직방 등 성장 기업이 등장하면서 보다 큰 규모의 투자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초기 기업의 경우 벤처캐피탈 투자가 일반적이지만, 기업가치가 수천억원 수준으로 올라선 기업에 대한 투자는 보다 규모가 큰 PE에 적합하다. 최근 정책자금 출자 등으로 투자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펀드 조성 작업이 보다 수월해진 점도 PE 펀드 확대에 긍정적이다.

PE 펀드는 많게는 5000억원 수준까지 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 펀드에서 개별 기업에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하다. 최근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100억원을 넘는 대규모 투자는 대체적으로 PE 펀드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상황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500억~1000억원 수준이 대다수인 벤처캐피탈 펀드의 경우 수익성 확보를 위한 분산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 펀드에서 개별 기업에 100억원 이상 투자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규모 PE 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벤처캐피탈의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투자 전문성 강화를 위해 VC와 PE 간 분할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VC는 고위험 고수익, PE는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등 투자 전략과 규모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스톤브릿지캐피탈, LB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이 각각 VC와 PE로 물적 혹은 인적 분할을 단행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 IT 기술 발달 등으로 우리 산업에서 벤처기업의 대형화 및 글로벌화가 이뤄지면서 VC 업계에서도 투자금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PE 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최근에는 VC와 PE를 분리해 별도로 운용하는 전략이 각광받고 있는데, 앞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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