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 사냥 나선 트럼프···구글·페북 '해체론' 급부상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6.0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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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동시다발 反독점조사…대선 앞두고 미디어 군기잡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사진=뉴시스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사진=뉴시스


트럼프 행정부가 'IT(정보기술) 공룡' 사냥에 나섰다. 미국 반독점당국인 법무부와 FTC(연방거래위원회)가 구글과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4'에 대한 반(反)독점 조사에 착수한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주장한 '거대 IT기업 해체론'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동시다발 反독점조사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법무부와 FTC는 최근 이들 4개 기업의 시장 독점 여부를 분담해 조사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구글과 애플, FTC는 아마존과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를 맡게 됐다. 앞으로 두 당국은 이들 4개 업체가 미국 등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억제하고, 소비자의 이해를 훼손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게 된다.



일각에선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기 위해 '미디어 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 등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온라인상에서 '보수적'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아마존의 경우 전자상거래 업체지만 제프 베조스 CEO(최고경영자)가 진보 성향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를 함께 지배하고 있다.

시장은 워런 의원이 설파해온 '거대 IT기업 해체론'에 주목하고 있다. 워런 의원은 지난 3월 "거대 IT기업들이 그들의 이윤을 위해 우리의 사생활을 악용하고 그들에게 유리한 운동장을 만들어 일방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며 구글·아마존·페이스북의 분할을 주장했다. 이 같은 공약을 내걸며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워런 의원은 현재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제프 킬버그 KKM파이낸셜 사장은 "그동안 '기술 거인'들을 해체하겠다는 위협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었지만, 이젠 실제로 파괴력 있는 주장이 됐다"고 말했다.



만약 당국의 반독점 조사에서 이 기업들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태가 적발된다면 사법부당국의 '기업분할'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선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스탠다드오일과 초대형 통신기업 AT&T가 독점을 이유로 강제 분할된 적이 있다.

한때 미국 산유량의 약 90%를 차지하던 스탠다드오일은 1906년 '셔먼 반독점법'에 따라 제소된 뒤 1911년 지금의 엑슨모빌, 쉐브론 등 34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AT&T 역시 법무부와의 반독점 소송에서 패해 1984년 7개 지역전화 사업자를 떼어내야 했다.

'IT공룡' 사냥 나선 트럼프···구글·페북 '해체론' 급부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와츠앱 인수 취소해야"


만약 실제로 강제 기업분할이 추진된다면 구글은 검색 또는 광고 부문, 아마존은 2017년 인수한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Whole Foods), 페이스북은 각각 2012년·2014년 인수한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과 와츠앱 등을 떼어내는 방안이 유력하다.

마크 저커버그 CEO와 함께 페이스북을 함께 창업했던 크리스 휴스는 지난달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와츠앱 인수를 승인한 것은 FTC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라며 "두 회사의 인수 허가를 취소하고 몇년간 페이스북의 기업 인수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구글이 검색 서비스와 광고 서비스를 모두 장악했다"며 호주 반독점당국에 구글의 검색 및 광고 부문 분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거대 IT기업 해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NYU)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을 쪼개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생각은 20세기적 발상"​​이라며 "기업들을 분할할 경우 광고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고객 개인정보 악용 문제는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반독점 조사 소식에 페이스북은 7.5% 급락했고, 구글과 아마존은 각각 6.1%, 4.6%씩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0.13포인트(1.61%) 폭락하며 7333.02에 마감했다. 이로써 나스닥지수는 지난 4월말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장'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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