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멕시코, '트럼프 낙선' 바라고 내년말까지 버티면?"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6.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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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뉴욕브리핑] "트럼프 무역전쟁은 이벤트 아닌 항구적 상태"…"최선의 전략은 분산투자 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과 멕시코가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길 기대하며 남은 17개월 동안 버티는 것이다. 이 경우 미중 무역협상 타결도 없을 것이고, 관세가 경기와 투자심리를 끌어내리며 경기침체의 위험을 키울 것이다." (톰 이사예 세븐리포트 창립자)

중국에 이어 멕시코도 '관세왕' 트럼프 대통령의 희생양이 됐다. 10일까지 불법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으로 가는 모든 멕시코산 상품에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다.



대미 의존도가 절대적인 멕시코는 사정이 다르지만, 적어도 중국은 내년말까지 버티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1일자로 이미 미중 양국 모두에서 '관세폭탄'이 발동된 터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보복을 위해 외국기업 '블랙리스트'도 작성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융단폭격'과 중국의 '항전'이 계속된다면 주식시장은 '고난의 행군'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최근 뉴욕증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지난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약 3% 내리며 6주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2011년 6월 이후 약 8년만에 가장 긴 하락세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주 각각 2.6%, 2.4% 내리며 4주째 떨어졌다.

확전일로에 놓인 미중 무역전쟁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쇼크'까지 시장을 강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불법이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계속 인상하겠다"며 멕시코에 대한 관세폭탄을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6월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해 △7월1일 10% △8월1일 15% △9월1일 20% △10월1일 25% 순으로 관세율을 인상할 방침이다. 관세가 발동될 경우 수출의 약 80%를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


미중 무역전쟁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기업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를 제한한 데 대한 보복이다.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 기업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버코어의 크리쉬나 구하 거시전략부문장은 "멕시코에 대한 관세폭탄은 금방 끝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일정수준 경제에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은 더 이상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항구적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 주도의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악화 우려로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31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2.13%까지 떨어지며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자산운용업체 애셋매니지먼트원은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5%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웨스턴애셋매니지먼트의 존 빌로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직은 무역전쟁이 심리적 악재로만 작용하고 있지만, 만약 심리 악화가 계속된다면 실제 경제악화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도 폭락했다.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미국과 멕시코 간 교역이 줄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달 3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무려 3.23달러(5.71%) 급락한 53.36달러에 마감했다.

헌팅턴프라이빗뱅크의 존 어거스틴 최고투자책임자는 "앞으로 무역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투자 전략은 최대한 균형 잡히고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 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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