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멕시코 관세쇼크'에 와르르…다우 1.4%↓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6.0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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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작성" 美 '화웨이 봉쇄' 보복…물가상승에 '금리인하' 기대감↓

[뉴욕마감] '멕시코 관세쇼크'에 와르르…다우 1.4%↓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확전일로에 놓인 미중 무역전쟁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쇼크'까지 시장을 강타했다.



◇中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작성"…美 '화웨이 봉쇄' 보복

31일(현지시간) 우량주(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54.84포인트(1.41%) 떨어진 2만4815.0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36.80포인트(1.32%) 내린 2752.06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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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14.57포인트(1.51%)나 폭락한 7453.15에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아마존)도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이번주 전체로 다우지수는 약 3% 내리며 6주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2011년 6월 이후 약 8년만에 가장 긴 하락세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이번주 각각 2.6%, 2.4% 내리며 4주째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이어 이번엔 멕시코에 '관세폭탄'을 투하하면서 투자심리가 무너졌다. 특히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둔 자동차주들의 충격이 컸다. 이날 피아트크라이슬러는 5.8% 급락했고 GM와 포드는 각각 4.3%, 2.3%씩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불법이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계속 인상하겠다"며 멕시코에 대한 관세폭탄을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6월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해 △7월1일 10% △8월1일 15% △9월1일 20% △10월1일 25% 순으로 관세율을 인상할 방침이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의 약 80%를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는 미국에서 부를 일구며 수십년간 살아왔고,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서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때!"라며 멕시코 정부를 거듭 압박했다.

미중 무역전쟁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외국기업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를 제한한 데 대한 보복이다.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 기업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신뢰할 수 없는 외국기업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오 대변인은 "명단에는 시장 규칙을 따르지 않고 비상업적 목적에서 계약 정신을 벗어나 중국 기업을 차단하거나 공급을 중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외국 기업과 단체, 개인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외국기업들이 정상적인 시장 규범과 계약 정신을 위반해 공급을 중단하고 다른 차별적 조치를 취했다"며 "명단에 오른 기업들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압박으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과 일본 전자기기업체 파나소닉 등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를 기업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5일 중국으로의 정보 유출을 막겠다며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을 거래제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인텔, 퀄컴,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구글은 거래중단 유예기간 90일 이후부터 화웨이에 대해 오픈소스를 제외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등 기술 서비스 제공을 중단키로 했다.

◇美물가 껑충…'금리인하' 거부할 명분 생긴 연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다소 줄었다. 연준이 정책금리 결정의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크게 오르며 금리인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연준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4월 미국의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할 땐 1.5% 오르며 전월(1.4%)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연준이 선호하는 지표로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오르며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 2%에 한층 근접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장과 백악관의 금리인하 요구를 거부하며 금리동결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연준 입장에선 명분을 얻게 됐다. 연준은 최근의 낮은 물가상승률은 일시적인 현상이란 판단 아래 금리인하 없이도 조만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럼에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2.13%까지 떨어지며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자산운용업체 애셋매니지먼트원은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5%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미국과 멕시코 간 교역이 줄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날 오후 4시5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30달러(5.83%) 급락한 53.29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7월물은 2.38달러(3.6%) 하락한 64.49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멕시코가 관세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휘발유 수입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리터부시 앤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회장은 "예상보다 많은 미국의 원유 생산으로 하락 압력을 받던 국제유가에 멕시코 관세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는 약세였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 대비 0.39% 내린 97.7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금값은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금은 전장 대비 1.38% 상승한 온스당 1310.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통상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유럽증시도 폭락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3.01포인트(0.81%) 떨어진 369.06에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175.24포인트(1.47%) 급락한 1만1726.84,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41.28포인트(0.79%) 하락한 5207.63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 증시에선 FTSE100지수가 56.45포인트(0.78%) 내린 7161.71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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