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소년은 무엇으로 사는가?

머니투데이 김동일 서울대학교교육학과교수·한국아동청소년상담학회회장 2019.05.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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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 아니면 '가정의 달'이 떠오를 것이다. 5월이 '청소년의 달'로 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어린이의 경우 생활 적응과 신체적·정서적 안전 확보라는 합의된 지향점이, 청년은 주거문제 해결과 취업 지원이라는 굵직한 정책 주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은 여전히 아동과 청년의 낀 세대로 여겨지며, 현 정부에서조차 정책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2병'이나 '질풍노도'라는 과장된 표현으로, 이해보다는 오해에 가까운 청소년 묘사에 더 익숙한 현실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두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영혼을 거둬오라는 명령을 거역한 죄로 인간 세상에 버려진 천사 미하일이 구두 수선공 세몬의 도움으로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신은 미하일에게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이 절대 알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 내는가?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찾을 때까지 사람과 같이 지낼 것을 명한다. 만약 신이 있어 우리에게 아동, 청년과는 확연히 다른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과 같이 지내도록 하고 세 가지 질문을 줬다고 하자.



우선 '청소년의 안에 무엇이 있는가?'다. 부모들은 대책 없이 늦잠자거나 사고를 저질러 놓고 수습할 생각을 못 하는 청소년을 보며 '얘가 정말 우리 애가 맞나?' 혹은 '대체 무슨 생각이지?'라며 한탄한다. '10대의 뇌' 저자 젠슨 박사는 청소년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소개한다. 예를 들면, 청소년은 수면을 관장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성인보다 2시간 정도 늦게 분비되고 머무는 시간은 더 길어 늦잠을 자게 된다. 또 청소년기 사고와 학습 효율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정점으로 발달하는 반면 주의력, 자제력, 과제 완수 등 영역의 효율성은 높지 않다.

'청소년이 알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판단과 계획을 담당하는 청소년의 이마엽은 80% 정도 밖에 성숙되지 않은 상태다. 또 자신에게 해가 되는 정보를 다루는 앞이마겉질의 발달 지연으로 앞뒤 돌아보지 않고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성향이 크고, 그에 뒤따르는 실수나 사고로부터 교훈을 배우는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즉, 성인 수준의 스트레스 내성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다양한 자극에 민감하고 종종 폭력이나 중독 같은 극적인 위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청소년 범죄에 대해 성인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처벌도 장점을 높이고 단점을 수정할 수 있는 발달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청소년은 무엇으로 살아 내는가?'. 톨스토이는 인간은 약하지만 사랑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는 진리를 전한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의 17.7%가 심각한 위기·취약 청소년으로 추산된다. 방치할 경우 학업중단, 평생소득 감소, 범죄 취약성 노출 등 더 큰 개인적,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물통이 아무리 크고 높아도 한 귀퉁이가 낮으면 그 이상으로 물을 담을 수 없다는 '리비히의 최소 법칙'이 있다. 위기 청소년을 제대로 품지 못하면 우리 공동체와 국가적 역량이 그만큼 낮아지는 것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

'청소년의 독특성'에 주목하고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가정과 사회의 지속적인 사랑이 필요하다. 민간과 공공자원을 연계할 수 있는 든든한 청소년안전망 체계와 전문적인 청소년 전담인력 확대가 절실하다.
김동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한국아동청소년상담학회 회장.김동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한국아동청소년상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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