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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에스컬레이터 문화가 우리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최근(23일) 산케이신문은 '에스컬레이터 한줄 서기 왜 못막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벌여도 좀처럼 대중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주내용입니다. 그런데 한국보다는 고민의 깊이가 더해 보입니다. 그 이유는 일본이 초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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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고의 원인은 손잡이를 잡지 않거나 걷는 등 안전하게 타지 않은 것입니다. 걷는 사람과 선 사람이 부딪히면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번은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올라가던 사람이 서있던 중년 장애인의 지팡이를 건드리면서 이 장애인이 굴러떨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노인, 장애인은 균형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줄 서기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분명합니다. 몸의 오른편이 불편한 사람이 왼쪽을 비워야 한다면 서 있는 것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특히 걷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는 긴 쪽의 폭이 1미터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걸으려면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높은 조심성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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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문제를 느낀 일본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전국 철도사업자들이 두줄 서기 캠페인을 매년 일정 기간 벌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큰 효과가 없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걸으면 확실히 더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효율성 면에서도 두 줄 서기가 낫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일본 철도사들이 진행한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기' 캠페인 포스터.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 한글도 있다.
에스컬레이터 문화를 오래 연구해온 토키 쇼이치 에도가와대학 문화인류학 명예교수는 "한줄 서기를 받아들인 때는 일본경제의 버블기로, 효율을 중시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적었던 시대"라면서 "강자의 논리가 최우선이었던 시기를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라고 지난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비판했습니다.
그는 "고령화 사회에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요구된다"고 두줄 서기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문화를 바꾸는 것은 사람들의 공감이 없으면 하기 어렵습니다. 두줄 서기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토키 교수 역시 단계적인 변화를 제안하면서 △쇼핑몰, 문화시설 등 서두를 필요가 없는 곳 △계단이 바로 옆에 있는 곳 등에 우선 적용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반대편 문화를 경험한 뒤 다시 사회적인 논의를 하자는 뜻입니다.
한국 사회도 고령자의 비율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 역시 과거엔 '빨리빨리'가 절대 대세였지만 이제 다양성을 받아들여가고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문화에 대한 일본 내 의견도 그래서 참고할 만해 보입니다. 같은 방향 에스컬레이터가 2대 이상인 곳에서 시험 삼아 두줄 서는 곳을 지정해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