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일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에 위치한 한 희토류 업체를 방문했다./신화망 캡처
◇시진핑, 희토류 업체 시찰…온라인서는 미국산 불매 조짐= 21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미중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함께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 진리영구자석과학기술 유한공사를 시찰했다. 희토류는 '관세 실탄'이 소진된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반격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시 주석은 같은 날 과거 중국 공산군(홍군) '대장정(大長征)'의 출발지인 간저우시 위두현 기념비에 헌화하기도 했다. 미국의 공세에 맞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 위한 결의를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불매 운동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웨이보(국판 트위터) 등에는 최근 일부 중국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미국산을 사지 말라고 권고했다는 공지문 등이 떠돌고 있다. 불매 운동 공문들에는 아이폰을 사용하거나 구매해서는 안 되며 화웨이 등 중국산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KFC나 맥도날드에서 음식을 사먹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미국과 관련된 드라마들의 방영이 연기되는 일도 나오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9일 저녁 7시30분 동방 TV와 저장 TV, 동영상 플랫폼 텅쉰, 아이치이, 유쿠 등에서 방영될 예정이던 '아빠 데리고 유학 가다'라는 미국 드라마가 방영이 갑자기 취소했다. 이 드라마는 아들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난 아버지가 미국 생활을 하면서 겪는 사건과 부자 간 갈등과 화해 등을 다뤘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중국인 변호사와 유학생의 만남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베이징에서 너를 기다려'도 최근 방영이 중단됐다.
중국 TV에선 대신 자신들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부르는 6.25 전쟁을 다룬 영화들이 연일 방영되고 있다. 관영 중국 중앙(CC)TV는 '영웅아녀'(英雄兒女), '상감령'(上甘嶺), '기습'(奇襲) 등을 16~18일 방영했고, 19일에도 6·25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장진호 전투를 다룬 기록 영화를 내보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도 방영이 연기돼 온갖 억측을 낳게 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왕좌의 게임'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8시즌 6화가 전날 오전 9시 동영상 플랫폼 텐센트에서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방영 직전에 갑작스럽게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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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국가의 콘텐츠에 대한 방송 및 유통 금지, 불매 운동 등은 단체관광 금지와 함께 한국과의 사드,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 등에서 사용된 중국의 전형적인 보복 조치들이다. 희토류도 일본 등에 대한 보복 조치로 사용된 바 있다. 관세 실탄이 떨어진 가운데 미국의 무차별 공격이 지속되면서 중국도 '비관세' 공격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제 희토류 / 사진제공=뉴시스
일본 한국 등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본 국가들과 달리 자신들보다 더 강한 국가를 상대로도 중국이 이러한 수단을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훨씬 더 많은 제품을 미국에 팔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이런 보복조치를 동원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의 또다른 공세를 부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햇다.
그렇다라도 미국의 공세가 계속되고 중국이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에는 이들 카드들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중국도 계속 궁지로 몰릴 경우에는 어떤식으로든 대응에 나설 수 있다"면서 "시 주석이 갑자기 희토류 업체를 방문한 것도 이런 반격 카드들을 동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