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코네티컷 캠퍼스. 예일대는 지난해부터 모든 입학전형에서 역경점수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사진=로이터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SAT를 관장하는 비영리기구 대학위원회(college board)는 "단지 시험점수로만 평가할 수 없는 맥락을 봐야 한다"며 역경점수를 도입했다.
하지만 대학위원회는 구체적인 점수 산정 방식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역경점수를 높게 받기 위한 응시자 정보 조작과 학생들 간 위화감 조성을 막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본인의 점수를 알 수 없고 대학 측만 입학 원서를 통해 역경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데이비드 콜먼 대학위원회 대표는 "미국의 공공데이터와 대학위원회 소유의 일부 자료를 이용해 점수가 매겨진다"고만 밝혔다.
아이비리그 명문대인 예일대는 지난해 역경점수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제레미 퀸란 예일대 입학저장은 "역경점수를 모든 입학전형에 도입한 결과, 입학생의 다양성이 증가했다"며 "저소득층과 대졸자 부모를 두지 않은 학생의 입학 비율이 약 20%로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콜먼 대학위원회 대표는 "SAT에서 점수를 더 낮게 받았더라도 더 많은 성과를 거둔 놀라운 학생들이 많다"면서 "SAT 결과에 반영되는 부의 불균형을 그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난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려면 누군가는 떨어지는 고통을 겪어야 하고 그것은 거품 위의 특권층 아이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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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경점수 도입이 대학입시 전형 과정에서 역차별 등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위원회가 발표한 인종별 SAT 평균점을 보면 아시아계 학생이 1223점으로 가장 높고 백인이 1123점, 히스패닉계가 990점, 흑인이 946점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역경점수가 도입되면 평균보다 높은 SAT 점수를 받은 아시아계 학생이 역경점수가 높은 백인 학생보다 뒤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학위원회가 응시자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을 점수에 반영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위원회는 1999년에도 학생의 인종과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한 '스트라이버(노력하는 사람)'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이는 응시자의 여건을 고려해 기대 점수를 만든 후 실제 SAT 점수가 기대점수보다 200점 이상 높은 학생을 스트라이버로 선정해 가산점을 주는 제도였다. 기대점수가 낮게 책정됐던 흑인이나 히스패닉계가 주로 스트라이버가 됐고 이 때문에 대학과 학부모의 반대가 빗발치자 대학위원회는 이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미카엘 니에첼 전 미주리주립대학교 총장은 '대학위원회의 역경점수 도입이 나쁜 아이디어인 이유'라는 포브스 논평에서 "이번 역경점수에선 인종은 고려대상이 아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역경점수와 산정방식조차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 개인의 역경을 정확하게 수치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