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습에 나섰지만 충분하진 못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반드시 타결될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가'에 뉴욕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전날 하락폭의 3분의 1를 만회하는 데 그쳤다. 시장은 여전히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루이지애나주로 유세를 떠나기 직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무역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며 "그것은 반드시 이뤄질 것"(it's absolutely going to happen)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과 싸늘해진 여론을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날 중국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600억달러(약 71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5140개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최대 25%로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최근 미국이 2000억달러(약 2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5%로 인상한 데 대한 보복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확전 소식에 전날 뉴욕증시 3대지수는 모두 2% 넘게 급락했다.
미중 정상이 직접 만나 무역협상을 조기에 타결한다면 그 시점은 오사카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28∼29일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만약 이때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관세폭탄을 앞세운 양국의 무역전쟁은 장기화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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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이 길어질 경우 중국 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전략가는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는 미국 기업이익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만약 무역전쟁이 더 격화된다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앞으로 1년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은 27.5%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여년만에 가장 높다. 경기침체란 2분기 이상 연속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머무는 것을 말한다.
자연스레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 CME(시카고상업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11월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약 50%, 연말까지 2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에 29%를 베팅하고 있다.
루켄인베스트먼트애널리틱스의 그렉 루켄 CEO(최고경영자)는 "오늘 증시 반등은 의미 없는 죽은 반등이거나 일시적 회복일 뿐"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은 하루 이틀만에 끝날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등 극소수가 좌지우지하는 미중 무역협상의 향배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증시가 불확실성에 몸살을 앓는 이유다. 이밸류에이터펀즈의 케빈 밀러 CIO(최고운영책임자)는 "우리는 지금껏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며 "아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미중 무역협상은 주식 투자를 사실상 '투기'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낙관론도 없지 않다. 씨티그룹은 "미중 무역협상이 결국 타결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한다"며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이 출렁이겠지만, 이미 주가에는 이런 전망이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