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징 아파트 임대 시장을 출렁이게 한 주인공은 현대차 직원들이다. 국내에 상주하던 중국사업 본부 임직원 40여명이 중국 현지로 급파됐다. 주로 상품개발 부서 인원들로 중국 현지 수요 조사와 그에 맞는 상품 개발 임무를 맡는다. 현대차가 본사의 해외 사업본부 핵심 전력을 현지로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첫 시도다. 고전하는 중국 시장에서 반전을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이다.
현대차는 본부 직원들의 현지 파견 외에도 올해 인사에서 중국 사업 관련 경영진을 대거 교체했다. 지난해부터 친환경, 신기술 등을 적극 선보이며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기대 보다 걱정이 큰 것이 현실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토종 기업들의 기세가 그만큼 무섭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리의 대표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다 보니 중국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두려움도 크다. 아예 동남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도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환경시장이 한 예다. 중국 정부는 환경 개선을 위해 대기, 수질, 토양 등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 현지의 한 환경전문가는 "우리 환경 관련 기술이 서구 선진국에는 못미치지만 중국 기업보다는 우위에 있다"면서 "중국이 현재 수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이 우리에게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소비 시장으로서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거치면서 기술탈취, 보조금 등 중국 내 불공정한 요소들도 점차 개선될 조짐이다. 물론 중국 토종기업들의 약진에 한국 기업들의 무덤이 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그 경계는 '제품 경쟁력'이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 경쟁력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경쟁력만 뒷받침된다면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