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5월 옵션 만기일까지 겹친 코스피는 전일 대비 3% 이상 급락하면서 2100선까지 밀려났다. 개인이 8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세에 기관의 현물 매도가 더해지면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21.15포인트(2.84%) 하락한 724.22에 거래를 마쳤다. 무역 분쟁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주식 시장보다도 큰 낙폭이다.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뀐 무역협상=장봉영 키움투자자산운용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이날 한국 증시의 급락에 대해 "미중 무역 분쟁이 결국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수 회복을 이끌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상승분을 다 뱉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소식에도 관망세를 유지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매도 물량을 집중 쏟아냈다. 외국인들은 이날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1883억원 어치를 팔아치웠고, 선물 시장에서는 9800계약 순매도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불안감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며 악순환 고리가 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4원 오른 1179.8원에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주 초반에는 원/달러 환율이 1170원에서 1166원대로 낮아지면서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만 매도세를 나타냈고 그 덕에 지수가 버텼다"며 "그러나 오늘은 환율이 1179원까지 오른 탓에 현물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도가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43조8312억원 증발해 1393조5968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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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예측 어려워…성급한 매매 경계해야"=한국 증시는 미·중 무역 분쟁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달렸지만 결말을 쉽게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 갈등이 관세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증시 하락세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해결 실마리를 찾는다면 다시 급반등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지금 상황에서 주식 매매는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CIO)는 "미국도 중국도 파국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에 베팅해서도 안되지만, 결렬에 무게를 두고 매도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이번 주말이 지날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본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악의 경우 10일부터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실제 계획을 실행하기까지 절차가 많이 남아있다"며 "양측이 행동에 옮기기 전에 사태가 봉합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협상이 끝날때까지 끝난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행동은 앞으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협상테이블에서 누가 더 약자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기싸움이라고 봐야한다"며 "따라서 이번 이슈가 글로벌 경기나 증시 환경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