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의 마지막 인사 "행복했다, 새 시대도 평화롭길"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4.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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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 202년만에 생전 퇴위식...30년 재임 기간 '평화'로 시작해 '평화'로 마무리

/사진=NHK 캡처./사진=NHK 캡처.


아키히토 일왕이 30일 퇴위식을 갖고 물러났다. 202년만이자 일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생전 퇴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마지막 발언에서도 평화의 시대를 당부했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NHK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일왕 거처인 도쿄 지요다구 고쿄에서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식이 열렸다. 아키히토 일왕은 "오늘로써 황제의 임무를 마치게 됐다. 즉위 30년간 국민에게 깊은 신뢰와 존경을 얻은 것은 참 행복한 일이었다"면서 "나를 상징으로 받아들여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시대가 평화롭고 생산적이길 바라며, 일본과 세계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만 85세인 일왕이 장남 나루히토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30년 4개월간의 '헤이세이'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1일 자정부터는 '레이와' 시대가 개막한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은 1일 오전 10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아키히토 일왕은 30년전 즉위식에서 '평화'를 강조한 후 이날도 '평화'의 메시지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는 1989년 1월 즉위식때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를 증진시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재임 기간 줄곧 '평화'와 '반성'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외적으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아베 총리처럼 과거에 대한 언급이나 반성이 없었던 것과는 달랐다.

아키히토 일왕은 재임기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한번도 찾지 않았고, 중국이나 필리핀 등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피해를 입힌 국가 방문해 사과하기도 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일 외교관계와는 상관 없이 우호적인 손짓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1994년 3월 한국을 방문해 "한반도에 (일본이) 큰 고난을 안겨준 시기가 있었다"면서 "수년 전 깊은 슬픔을 표명했고, 지금도 변함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4년뒤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2011년에는 깜짝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생일 기자회견에서 "헤이안 시대 간무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녕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쓰여 있어 한국과 인연을 느끼고 있다"고 한 것이다.


2005년 사이판을 방문해서는 일정에 없었던 '태평양한국인평화탑'을 참배했고, 이후에도 "언젠가 한국을 방문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에 각국 정상들도 송별 인사를 건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와 부인(멜라니아 여사)는 미국민을 대신해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 왕비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우린 새로운 시대에도 위대한 동맹 일본과의 협력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일분을 국빈 방문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서한을 보냈다. 외교부측은 이날 "문 대통령이 한일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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