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급성장하는 헤지펀드, 질적성장 뒷받침돼야

머니투데이 강병주 글로벌원자산운용 전무 2019.04.28 16:56
글자크기
[기고]급성장하는 헤지펀드, 질적성장 뒷받침돼야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면서 금융자산가들의 자산 운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0여년 이상 이어진 전세계 저성장 기조로 시중의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는 동남아와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라틴아메리카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초저금리가 고착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 때문에 풍부한 금융자산을 가진 개인은 물론 연기금과 보험사 등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자산 니즈(수요)가 더욱 커졌다.



이런 환경을 반영해 국내에도 안정적인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설정액)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가 처음 도입된 2011년 2400억원 규모에서 현재 30조원 규모로 130배 가까이 커졌다.

하지만 헤지펀드 시장의 질적 성장은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이 주식을 기반으로 한 전략을 수행하고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등 천편일률적인 투자대상과 투자시장, 운용전략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해에는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자 절대수익을 지키지 못하는 헤지펀드들이 속출했다.



따라서 헤지펀드의 안정적인 절대수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질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존 틀에서 벗어난 선진국형 헤지펀드 상품은 연 5~12% 정도의 절대수익을 원하는 금융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할만한 금융투자상품이 될 수 있다.

우선 헤지펀드의 투자대상과 투자시장 다양화가 시급하다. 헤지펀드의 투자상품을 기존 주식 및 채권의 전통적인 투자 수단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부동산 등을 기반으로 한 각종 신용 및 금리 구조화 파생상품을 비롯해 선박, 항공기 및 인프라 자산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내 주요 연기금들의 지난해 투자수익률을 보면 몇몇 연기금은 주식시장 하락 여파로 절대수익을 지키지 못했지만 부동산 등 대체투자자산으로 투자상품을 다양화한 교직원공제회 등 몇몇 연기금은 5%내외의 안정적인 절대수익을 시현한 게 좋은 예다.


또한 이미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금융자산가들의 투자시장은 국내를 벗어나 미국,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많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국내 대표 헤지펀드는 국내 자산 비중이 80~90% 이상에 달해 아직도 국내 투자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따라서, 글로벌 투자 비중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운용전략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헤지펀드들은 과거 기관 투자자들의 대표 운용전략인 사놓고 기다리는 이른바 바이앤홀드(buy & hold) 위주의 전략에서 탈피해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순히 주식 매수와 공매도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롱숏전략이나 주식 매수에 집중하는 롱바이어스드, 단순히 여러 자산을 묶어 투자하는 멀티 전략 등이 대부분이어서 운용전략의 다양화가 시급하다. 특정 운용전략에 의존하기 보다 다양한 운용전략을 섞어 독자적인 운용전략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절실한 시점이다.

올해처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주식시장에선 롱숏 전략과 특수한 상황에서 단기 차익거래에 집중하는 이벤트드리븐 전략 등과 함께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투자와 ELS(주가연계증권), 선물 등 파생상품 매매전략 등을 병행하는 고도화 된 멀티전략을 운용하면 절대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올해 글로벌 무역분쟁 우려 재확산과 북핵 등 지정학적 긴장 증가 등 일시적인 악재 발생 시 세계 거시경제를 분석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글로벌 매크로 전략이나 선물 옵션 매수 또는 신용부도스왑(CDS) 매수 등을 가미하면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 급락기에도 수익 방어는 물론 큰 폭의 수익을 시현할 수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