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5월3일 이후 이란산 석유 수입금지
이는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의 '최대 압박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은 지난 8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정규군 가운데 처음으로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 바 있다.
트럼트 행정부는 2015년 7월 미국 등 주요 6개국들(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과 이란이 체결한 '이란 핵협정' 이후에도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감축 등 합의조건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후 대(對)이란 경제제재 조치를 되살리며 각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요구했다. 다만 우리나라와 중국·인도·이탈리아·그리스·일본·대만·터키 등 8개국에 대해선 5월3일까지 6개월간의 한시적 예외를 인정하면서 연장 여부는 향후 협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날 미 행정부의 발표로 우리나라도 다음달 3일 이후론 이란산 석유를 들여올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 입장에선 수입선 변경이 불가피해지고, 이 과정에서 도입단가가 인상될 경우 향후 가격경쟁력 면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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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체 원유 수입분 가운데 이란산의 비중은 약 9%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4개사가 이란산 원유를 도입해 쓰고 있다. 또 SK인천석유화학, 현대케미칼, 한화토탈 등은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란 초경질유의 경우 나프타 함유량이 70%를 웃도는 등 다른 지역산에 비해 품질이 좋아 국내 수입분 가운데 약 50%를 차지한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할 것"
한편 미국의 발표 이후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 해군의 알리레자 탕시리 사령관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이 전략적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적이 위협하면 우리는 이란의 영해를 방어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이란의 영예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모든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을 가르는 해역으로, 이란과 UAE가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하는 원유가 수출되는 경로로, 전세계 원유의 해상 수송량 가운데 3분의 1이 지나가는 핵심 요충지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실행한 적은 없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강행한다면 전세계 석유 공급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고, 미국 등 서방과의 군사충돌이 불가피해진다.
석유헤지펀드 어게인캐피털의 창업 파트너인 존 킬더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전세계 석유공급이 급감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나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산 석유 수입 전면금지에 따른 공급부족 우려로 이날 국제유가는 6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분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66달러(2.59%) 급등한 65.66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6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배럴당 2.13달러(2.96%) 뛴 74.10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