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윤 ‘총장’과 연예인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4.1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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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과 친해진다는 것, 여기엔 두 가지 해석이 뒤따른다. 하나는 숭배할 가능성이 크다. 매니저일 경우 자신의 소속 가수나 배우가 ‘최고’라고 생각하기 쉽다. 연예인이 나쁜 일을 저지를 때 냉철한 객관적 검증보다 편들기 바쁘다. 다른 연예인만큼 인기를 얻지 못할 땐 그 이유를 쉽게 수긍하기도 어렵다.

소속사 직원이 아닌 경우, 호가호위(狐假虎威)적 성향을 보이기 쉽다. 이 연예인을 알고, 나아가 대화하고 식사할 정도가 되면 마치 자신이 ‘연예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모든 생각의 기준이 연예인 입장에서 이해하고, 연예인이 원하는 ‘무엇’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식으로 바뀐다.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물론 모든 매니저가, 또 그 외의 모든 사람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니다. 다만 쉽게 얻을 수 없는 달콤한 열매에 취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A 가수의 소속사 직원들은 만날 때마다 “알다시피, 국내 최고의 가수”라는 전제를 깔고 얘기를 시작해 비판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정·재계 힘 있는 자들이 묶는 결속력과 차이가 있다면 ‘감정 동일화’ 원칙에 지배받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이다.



‘경찰총장’으로 거론된 윤모 총경은 빅뱅 전 멤버 승리 등 이른바 유명 연예인의 대화방에서 자주 오르내리던 인물이다. 경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 드러난 윤 총경의 혐의들은 아이돌 그룹 멤버 최종훈의 음주운전 혐의를 덮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부터 말레이시아 콘서트 티켓을 그의 부인이 받은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최근엔 대화방의 주요 인물인 유인석 대표로부터 4차례 골프 대접을 받은 사실까지 확인됐다. 윤 총경은 2번이라고 말했다가 4번으로 확인되면서 거짓말까지 들통났다. 윤 총경의 식사 자리에 어김없이 승리가 참석한 사실도 확인되면서 연예인과 처음 어울려 본 ‘고위 공무원의 의기양양’이 어디까지 올라갔을지 짐작하고도 남을 법하다.

6번의 식사자리에서, 그것도 대스타가 자신 옆에 앉아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요구를 거부하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 대화방에서 드러났듯, 연예인들은 ‘총장’을 등에 업고 질주하는 대화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윤 총경은 잠시나마 ‘내가 승리하고 밥 먹는 사이야’ 같은 감정 동일화에 빠져들지 않았을까.


권력을 지닌 사람의 식탁은 ‘불편’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하는 일의 균형감을 갖추고 사안을 냉정히 바라볼 수 있다. 팬심으로 남을 때 권력은 남용되고 관계는 악화한다. 윤 ‘총장’과 그들에게 새겨들을 노래 한 곡 추천한다.

‘우리가 같이 식사를 했다고 해서/내가 당신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말아요/~내가 당신과 직업이 같다고 해서/‘무슨 말인지 알잖아?’ 라고 말하지 마요’(김목인의 ‘불편한 식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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