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시간이 멈춘 그곳, 진도·안산에 가보니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팽목항(전남)=방윤영 기자, 안산(경기)=김영상 2019.04.15 05:40
글자크기

[세월호 5주기-아직도]세월호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기억 방법은 갈등으로 번져

4월1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빛바랜 리본. /사진=방윤영 기자4월1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빛바랜 리본. /사진=방윤영 기자


"다 끝난 줄만 알았다. 아픈 기억은 진도도 마찬가지다."

이달 1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인근에서 마주친 주민 오모씨(45)는 세월호 이야기를 꺼내자 손사래를 쳤다. 팽목항은 세월호가 눈앞에서 물속으로 사라졌던 5년 전 그날처럼 바람이 매서웠다.

바뀐 것은 별로 없었다. 노란 리본이 조금 더 늘어났고, 분향소는 4·16팽목기억관으로 모습을 바꿨다. '진상규명', '전면 재수사' 같은 깃발에 쓰인 문구도 여전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풍경 속에서 무거운 표정의 조문객들이 오갔다.



팽목항과 떨어진 진도 시내도 내려앉은 분위기가 여전하다. 오랜 기간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해 온 영향이다. 벌써 5년이 다 됐지만 진도에 덧씌워진 슬픔과 추모의 이미지는 선명했다.

변한 것도 있었다. 지난 세월 그렇게 놓지 않으려 애썼던 '기억'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다.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공감해 온 진도 주민들은 '이제 더는…'이라고 나직이 말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동안 팽목항은 시끌시끌했다. 2020년까지 팽목항을 국제항으로 개발하는 진도군의 사업을 두고 유가족과 주민 사이 의견이 엇갈렸다. 대규모 관광객을 기대하는 주민은 세월호 기억공간을 팽목항에 남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4월1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4.16팽목 기억관' /사진=방윤영 기자4월1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4.16팽목 기억관' /사진=방윤영 기자
진도 주민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시계바늘을 다시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팽목항 인근 주민 박모씨(66)는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벌써 5년이 지났는데 진도항을 빨리 개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전남도와 진도군은 팽목항에서 500m(미터) 떨어진 서망항에 국립해양안전관을 조성하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유가족은 그날의 아픔을 간직한 장소인 팽목항을 떠나서는 의미가 퇴색한다고 반대한다.


5년째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우재(단원고 희생 학생) 아빠' 고영환씨(51)는 "팽목항에 '기록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후대에서 볼 수 있도록 여기서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처럼 기억을 공유하는 당사자들이 갈라진 아픔은 경기 안산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단원고 학생 250명이 희생되며 도시 전체가 비통에 빠졌다. 이제는 화랑유원지에 추모시설을 만드는 문제를 두고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예전에만 해도 분위기가 괜찮았는데 4~5년 지나며 피로감이 커진 거 같다"며 "4년 동안 분향소를 보고 살아 우울증이 왔다는 분들도 있는데 이 분들은 '납골당까지 생기면 어떻게 살아야 하냐'라고까지 말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과 조경, 분위기를 잘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추모공간뿐 아니라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잘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