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의 석유 메이저 셰브론이 미국 석유업체 아나다코를 총 330억달러(약 38조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세계 에너지 산업 역사상 11번째로 큰 M&A다. 인수 가격은 아나다코의 전날 종가에 37%의 프리미엄(웃돈)을 얹은 값이다. 이 소식에 아나다코의 주가는 32%나 급등했다.
대개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M&A는 환영받지 못한다. 미국의 대다수 경영학자들도 대형 M&A를 부정적으로 본다. 단기적으로 거액의 현금이 유출되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란 말도 있다.
중요한 건 이번 거래가 M&A붐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점이다. 카츠 상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가까이로 오르면서 에너지 기업들 사이에 M&A 욕구가 높아졌다"며 "앞으로 M&A를 통한 덩치 불리기 싸움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8∼12일)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0.51% 올랐다. 약 6개월만에 2900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9월 달성한 사상최고치 2930선에 바짝 다가섰다. 주간 기준으로 3주 연속 상승 행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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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지난주 0.57% 상승했다.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05% 하락하며 지난주를 마무리했다.
우려했던 어닝시즌(실적발표시즌)이 시작됐지만, 정작 뚜껑이 열리자 은행주에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이 나오며 시장에 안도감이 확산됐다. 당초 시장은 이번 어닝시즌에 별 기대를 걸지 않았다. 금융시장정보업체 '팩트세트'(FactSet)는 S&P 500 소속 기업들의 올 1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5분기만에 처음 맞는 기업 이익 감소로, 2016년 이후 약 3년래 최악의 감소율이다.
그러나 12일 어닝시즌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JP모건체이스의 실적은 오히려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JP모건체이스의 1분기 순이익은 91억800만달러(약 10조3000억원)로, 주당순이익(EPS)은 2.65달러였다. 당초 시장의 EPS 예상치는 2.35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7억1000만달러(약 9조9000억원), EPS 2.37달러보다 약 5% 늘어난 것이다.
샌들러 오닐 앤 파트너스의 제프리 하트 애널리스트는 "JP모건체이스의 실적 호조는 다른 글로벌 은행주들의 실적도 마찬가지로 좋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이 예상외 호조를 보였다는 소식도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지난주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3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2% 증가하며 5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난 2월 중국의 수출은 20.7% 급감하며 글로벌 경기둔화의 공포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US뱅크웰쓰매니지먼트의 제프 크래비츠 지역투자책임자는 "증시에 2가지 바람이 불고 있다"며 "하나는 기대보다 좋은 중국의 수출 실적이고, 하나는 강력한 어닝시즌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호재들이 주식시장을 더욱 위로 밀어올리고,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