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두 유 먹방(Mukbang)?" 전세계가 빠졌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4.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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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고유명사 된 'Mukbang'에 세계 열풍
소화제 등 스폰서 붙는 돈 되는 시장
외로움 타는 인구 는 것도 인기 원인

/사진=키노시타 유우카 유튜브 캡처./사진=키노시타 유우카 유튜브 캡처.


"먹방(mukbang)은 유튜버들이 사랑하는 특이한 새 음식 트렌드"(인디펜던트, 2019.04)

"먹방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식사(social eating)'"(CNN, 2016.10)

세숫대야만 한 그릇에 라면을 10개씩 끓여 순삭(순식간에 삭제)하고, 책상 위에 한가득 치킨을 쌓은 채 몇분 만에 다 먹는지 기록을 잰다. 한국에서 시작된 '먹방(먹는 방송)'이 전세계에서 고유명사로 통하고 있습니다. 2016년 CNN이 '먹방'을 'mukbang'으로 그대로 쓰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최근 한두 달 사이 미국을 넘어 영국, 일본, 스페인, 호주 등 전세계 언론에서 '먹방'을 크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보는 시각도 다양합니다. 기이하다거나 이상하다고 보기도 하고, 왜 1만~2만 칼로리의 음식을 먹으면서 건강을 해치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전세계 유튜버들은 지금 '먹방'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불닭볶음면' 5개 먹으니 2000만뷰…먹방에 ASMR까지 가세
/사진=베로니카 왕 유튜브 캡처./사진=베로니카 왕 유튜브 캡처.
지난 9일 미국의 여성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의 안드레아 스탠리 기자는 "유튜버들 사이에선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는 '먹방' 문화가 있다"면서 "한국에서 온 먹방이라는 단어는 먹다와 방송이 합쳐진 단어"라고 소개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먹방을 보고 "푸드 포르노(food porn)가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했습니다. 푸드 포르노는 먹는 행위나, 만드는 과정을 자극적으로 전달해 식욕을 이끌어내는 행위를 가리키는데, 포르노가 인간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데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유튜브에 'Mukbang'만 검색해도 전세계 각국의 영상이 수없이 등장합니다. 구독자만 9389만명으로 전세계 1위 유튜버인 퓨디파이(PewDiePie)가 먹방(Mukbang)을 소개하는 영상은 조회수만 900만회 가까이 기록했고, 캐나다와 스페인 등 해외 유튜버들이 올린 불닭볶음면 먹방은 조회수가 2000만회를 넘기도 했습니다.

/사진=퓨디파이 유튜브 캡처./사진=퓨디파이 유튜브 캡처.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먹방 열풍은 뜨겁습니다. 일본의 생활잡지 메트로폴리스는 12일 구독자 42만명의 '드라코'라는 먹방 유튜버를 소개하면서 영상마다 7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먹방러(mukbanger)'라고 부릅니다.


유튜브에서 먹방 콘텐츠가 뜨자 게임 전문 방송인 트위치도 2016년부터 '사회적 식사(social eating)'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먹방을 핵신 콘텐츠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채식주의 먹방 등 특정 장르에 집중하거나, 여기서 더 진화해 ASMR을 접목한 먹방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단순히 피클을 마이크에 가까이 대고 먹는 한 영상은 조회수가 2500만회를 넘기도 했습니다.

먹방과 ASMR의 등장 시기는 비슷합니다. 먹방은 한국에서 2009년쯤 아프리카TV를 통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고, ASMR 콘텐츠가 유튜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같은해였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SMR 콘텐츠의 원조를 영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SMR의 효과에 대해 2015년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은 연구에 착수했고, ASMR이 심박수를 낮추고 피부 전도율을 높인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피부 전도율이 높아진다는 건 감정적 반응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라고 FT는 설명합니다. 이밖에 추후 진행된 다른 연구에서도 ASMR이 실제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긴장감을 완화시킨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스타 먹방러에 대기업 스폰서 '척척'… 인기 이유는 돈? 외로움?
/사진=여미바이츠티비 유튜브 캡처./사진=여미바이츠티비 유튜브 캡처.
이렇게 먹방 콘텐츠가 전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스모폴리탄지는 "사람들이 알레르기가 있거나, 너무 비싸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유튜버가 먹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면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이크에 게 다리를 가까이 대서 소리를 극대화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페인 언론 엘페리오디코는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을수록 시청자는 자신이 못하는 것을 보면서 기뻐한다"면서 "유명 먹방 유튜버는 한 달에 1만달러씩 수익을 올린다"고 전했습니다.

유튜버들이 한국식 먹방에 열광하는 것은 내가 못먹는 음식을 대신 먹어주는 데서 오는 쾌감, 혹은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인기 있는 유튜버는 매달 1~2만달러는 가볍게 벌고, 여기에 추가로 음식 배달업체나 소화제 스폰서가 붙기도 합니다. 대기업의 광고 제의라도 오면 그야말로 광고 수익보다 많은 '대박'을 건지게 됩니다.

또다른 이유로는 점점 사회적으로, 물리적으로 고립돼가는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미국 성인 이 하루에 밥먹는 시간 중 46%는 아예 홀로 밥을 먹는다고 전했습니다. 바쁜 일상, 점점 1인화 되어가는 가족 구성 등 혼자 밥먹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일명 '혼밥'하는 미국인 중 43%는 또 밥을 먹으면서 TV나 유튜브 등 영상을 시청하는데 이때 '먹방'을 통해 누군가와 밥을 함께 먹는다는 안도감을 느낀다는 얘기입니다. 뉴욕에선 지난해 식당에 홀로 밥먹는 예약자들이 80%나 늘었다고 하고, 영국에선 혼자 사는 젊은층의 '외로움'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겨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한번에 2만 칼로리 섭취, 건강 문제는?

/사진=조딘존스 유튜브 캡처./사진=조딘존스 유튜브 캡처.
먹방 유튜버들은 한번에 1~2만 칼로리를 섭취하는데 이것이 건강에 좋을리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먹방이 시청자들에게 비만을 유발할 수 있을 뿐더러, 먹방 유튜버들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영국 리버풀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지난달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먹방을 자주 본 어린이 다른 어린이보다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더 많이 먹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우리 보건복지부가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이 폭식을 조장한다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가, '먹방 규제'라는 비판이 일자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한 먹방 유튜버는 대식가도 아니고, 남들보다 많은 양을 먹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한번에 돈까스 10개를 먹는 먹방을 합니다. 그는 "매번 얼마나 더 먹으면 끝나는지 계산하고 참고 있으며, 카메라가 안 잡힐 땐 후추 등 양념을 넣기도 한다"고 고백했습니다. 130만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니콜라스 페리(26)는 "먹방을 하면 수면과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서도 "먹방 촬영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나중에 먹방을 못하는 날이 오면 그땐 체중이 얼마나 빠지는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원조이면서도 각종 규제로 성장을 막아 오히려 외국에 주도권을 뺏기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먹방' 역시 그 기로에 서있습니다. 규제보다는 건전한 방향으로 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게 유튜버들부터 조금씩 바뀌는 건 어떨까요?

[인싸Eat]"두 유 먹방(Mukbang)?" 전세계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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