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美도 선거철되니 '서민음식' 체험 쇼쇼쇼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3.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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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이야기]
美정치인 "치킨, 손으로 먹냐 포크로 먹냐"
친서민 행보 괜히 부각하려다 역효과 날라

/사진=트럼프 트위터./사진=트럼프 트위터.


재래시장을 찾아 어색하게 어묵을 한입 베어물고는 황급히 봉투에 담아 치우는 정치인. 혹은 빨간 어묵을 먹고는 "이게 뭐에요?" 묻는다든지, 붕어빵을 보고는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의아한 표정을 짓던 이까지….

선거철이 다가올 때쯤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정치인들은 서민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겠다며 현장으로 뛰어나가고, 대중적인 음식들을 먹으면서 본인이 얼마나 평범하고 친근한 사람인지 강조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가끔씩 어색한 시식 모습은 대중들의 비난을 사곤 합니다.



"대체 어묵을 평생 먹어본 적은 있는 거야?"

2020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선주자들은 현장에서 혹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음식을 통해 '친서민'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일부 후보들의 무리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지난달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민주·뉴욕)은 닭다리 한쪽을 먹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NYT)의 조나단 마틴 기자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질리브랜드 의원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20여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업가들과 한 식당에서 식사자리를 가졌습니다. 당시 메뉴로는 후라이드 치킨이 올랐는데, 질리브랜드 의원은 식당에서 포크를 집어들고 식사를 하려다 멈칫한 뒤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그러고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um)… 치킨은 손으로 먹는 건가요? 아니면 포크로 먹는 건가요?"


식당 주인은 후보라면 손으로 먹으라고 했고 그녀는 손으로 치킨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여론은 비난을 쏘아댔습니다. "오십 평생 치킨을 한번도 안 먹어봤냐"면서 말입니다.

/사진=조나단 마틴 SNS 캡처./사진=조나단 마틴 SNS 캡처.
지난 1월에는 또다른 민주당 대선후보 엘리자베스 워렌(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워렌 의원은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하다 갑자기 "잠시만, 맥주 좀 마셔야겠어"라고 말하더니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맥주를 마셨습니다. 젊은 유권자에게 잘보이려는 하나의 어필이었겠지만 영국 데일리메일은 "워렌이 얼마나 절박하고 열심히 하려고 했는지만 확인했다"고 했고, 토비 벌코비츠 보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보스턴헤럴드에 "워렌은 '맥주 의원'이 아닌 '프랑스 와인 의원'처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SNS에도 "워렌은 지금 '봐, 내가 얼마나 중산층처럼 맥주를 마시는지'라고 하고 있다"거나 "2020년에 맥주를 먹는 게 가장 쿨하다고 생각하나" 등의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사진=엘리자베스 워렌 SNS 캡처./사진=엘리자베스 워렌 SNS 캡처.
이러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6년 대선주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는 피자를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다가 비난을 받았고(건강관리 차원에서 음식을 적게 먹으려 포크를 사용했다는 해명이 있었음),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는 '핫소스'를 너무 좋아해서 가방에 넣고 다닌다고 하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2020년 대선주자인 에이미 클로버셔 상원의원(민주·미네소타)은 얼마전 음식 먹기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로보셔 의원이 2008년 출장 도중 점심으로 샐러드를 준비했는데, 보좌진들이 미처 포크를 챙겨오지 못한 걸 발견하자 가방에서 빗을 꺼내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놓고 클로버셔 의원은 자신이 얼마나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긍정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의원은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으로 저녁을 만들면서 정책에 관한 질문을 받아 호응을 얻었고, 민주당의 또다른 돌풍 베토 오루크 후보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가족 식사를 하는 모습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반면 공화당측 대선 후보들은 '햄버거' 유세로 통일한 모양새입니다. 코르테즈 의원이 주장하는 100% 친환경 전환 정책 '그린 뉴딜'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서입니다. 코르테즈 의원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햄버거 먹는 걸 조금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자, 공화당 측은 "민주당이 햄버거를 없애려 한다"며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콩그레셔널 웨스턴 코커스/사진=콩그레셔널 웨스턴 코커스
미국 정치인들이 '친서민' 행보를 위해 음식을 먹기 시작한 건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재선 캠페인 중이었는데 게티스버그의 한 농장에 방문해 코카콜라 마시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가디언지는 이때부터 미국 정치인들이 자신이 얼마나 평범한 사람인지 부각시키기 위해 서민적인 음식을 먹는 데 열중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음식은 정치인들이 자신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도구라고 전했습니다. 대중적인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고 더 가까운 관계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대중 앞에서 무엇을 먹을까 메뉴를 정하기 전에 먹는 방법도 연습해야 할 듯 합니다. 괜히 자신이 얼마나 평범함과 동떨어진 '엘리트'의 삶을 살아왔는지, 얼마나 현실 감각이 없는지만 광고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인싸Eat]美도 선거철되니 '서민음식' 체험 쇼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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