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지방교육 먹여 살리는 '교부금'…"학생감소와 교육의 질개선 별개"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2019.04.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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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교육예산 해부]지방교부금 교육부예산의 74% 차지…"병력자원 줄었다고 국방예산 줄이지 않아"

편집자주 고교 무상교육 계획이 확정되면서 재원 확보를 놓고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교육부는 교육청에 지원하는 교부금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정 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했지만 교육예산은 꾸준히 증가했다. 노령인구 증가와 저출산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한 효율적인 예산 배분에 머리를 맞댈 때다.

[MT리포트]지방교육 먹여 살리는 '교부금'…"학생감소와 교육의 질개선 별개"


당·정·청이 '고교 무상교육' 단계적 확대 방안을 내놨지만 재원조달을 둘러싼 파열음은 여전하다. 교육계에서는 안정적인 예산 마련을 위해 현재 내국세의 20.46%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교부율)을 21.26%로 0.8% 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재정 당국에 꾸준히 요청했다.

그러나 재정당국은 이번에도 교부율 인상에 난색을 표했다. 학령인구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이 많이 걷혀 시도교육청에 예산이 넉넉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당·정·청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고교 무상교육에 소요되는 예산 가운데 지자체부담분 5%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중앙 정부와 시도육청이 각각 47.5%씩 내는 방식에 합의했다.

중앙정부가 감당하는 47.5%는 '증액교부금'으로 지원한다. 증액교부금은 특별한 수요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추가로 지원해 주는 돈이다. 내국세 일부를 떼어 내 시도교육청에 내려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차이가 있다.



고교 무상교육이 전학년에 적용되는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중앙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66억원, 지자체가 1019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교육부예산 74.9조…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73.7% 차지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예산(70조2360억원)과 기금(4조6803억원)을 합친 총예산 규모는 74조9163억원이다. 교육부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6년 55조7459억원에서 2017년 61조6316억원, 지난해에는 68조2322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이후 3년새 34.4%나 증가한 셈이다.

교육부 예산은 크게 교육분야(70조3353억원)와 교육급여·공적연금을 충당하는 사회복지분야(4조5811억원)로 나뉘어 쓰이는데 교육분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교육분야에서는 유·초·중등교육 예산이 59조3832억원으로 전체의 84.5%를 차지한다. 이어 △고등교육(10조806억원) △평생·직업교육(7435억원) △교육일반(1280억원) 순이다.

유·초·중등교육 예산 가운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55조2488억원으로 93%를 차지한다. 교육부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3.7%에 달한다.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유특회계)는 3조8153억원, 유특회계 제외 교부금은 3190억원이다.

◇지방교육 먹여살리는 교부금…"해마다 증가 추세"

'고교 무상교육' 단계적 확대 방안과 관련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정부가 거둬들인 내국세 총액의 20.46%를 교육 예산으로 사용하도록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는 돈이다.

지방교육재정 세입 재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예산 기준 교육세는 4조8648억원이며 유특회계 전출분 1조8341억원을 제외한 3조307억원이 교부금 재원이다. 내국세분 교부금 52조2181억원을 포함하면 교부금 총액은 55조2488억원이다. 나머지 30% 정도는 △담배소비세 등 지자체 이전수입 △학생 수업료 등 자체수입 △지방교육채로 채워진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는 2015년 39조4056억원에서 2016년 41조2284억원, 2017년 42조9317억원, 2018년 49조5407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과거 2009년과 2014년, 2015년에는 전년 대비 규모가 줄기도 했다. 교육부는 올해 교부금총액이 55조2488억원으로 전년대비 5조7801억원 증가했지만 앞으로 교부금 증가폭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거둬들인 지방교육재정 세입 예산은 교사·교육전문직·학교회계직 등에 대한 인건비로 절반 이상이 쓰인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지방교육재정 세출 예산(73조7000억원) 가운데 55.1%인 40조7000억원이 인건비로 충당됐다. 학교운영비·목적사업비 등 학교회계전출금은 약 14조1000억원(19.1%)다.
자료: 교육부(세계잉여금 및 추경 포함)자료: 교육부(세계잉여금 및 추경 포함)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예산 삭감 안 돼…교육의 질 개선 고려해야"

교육부는 재정당국에서 학령 인구 감소로 학생 1인당 교부금이 증가한다며 교부율 인상에 부정적이지만 유치원이나 특수학교도 교부금 지원대상인 만큼 초·중·고교 학생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학생 수 감소에도 신도시 등지의 학교와 비교과 담당교원 등 교사 수가 증가하고 있어 학생 감소에 즉각 대응해 지출수요를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지방교육재정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 비중이 높고 실제 가용 예산이 많지 않다"며 "세출을 줄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수는 1980년 9940곳에서 2018년 1만1636곳으로 17.1% 늘었고 교원수도 1980년 22만5000명에서 2018년 43만명으로 91.1% 증가했다.

설 국장은 "학급·교원 수는 학교 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지역균형발전 등을 고려하면 학교 수를 급격히 줄이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학교통폐합이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교육 여건 악화가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지방교육재정 세출예산을 보면 교사·교육전문직·학교회계직 등에 대한 인건비를 포함해 경직성이 강한 경비(물건비·이전·자본·상환 지출)가 80%에 달하고 있는 반면 학교회계 전출금과 예비비 등 기타항목이 20% 수준에 그쳐 실제 가용예산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MT리포트]지방교육 먹여 살리는 '교부금'…"학생감소와 교육의 질개선 별개"
◇병력자원 줄었다고 국방예산 줄었나

교육부는 교부금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정부 예산대비 교육부 예산비율은 최고 수준이었던 2005년 20.8% 대비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며 초·중등 교육수요에 대한 재정당국의 국고 지원이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교부금을 통해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학교미세먼지 대책으로 추진한 공기정화장치 설치 등도 시도교육청 교부금 재원으로 진행한 사례도 있다.

설 국장은 "학생 감소에 따라 교부금을 축소하라는 주장은 정책대상과 예산을 연동하는 것으로 인구가 정체·감소할 경우 정부지출도 정체·감소돼야 한다는 말과 같다"며 "그러나 그간 정부예산 추이나 다른 정책분야 예산 등을 살펴보면 정책대상자 수와 예산이 연동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국방백서에 따르면 국방분야의 경우 병력자원은 2008년 65만5000명에서 2016년 62만5000명으로 3만명 줄었지만, 국방예산은 2008년 26조6000억원에서 2016년 38조8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육해공군 만명당 국방예산도 2008년 4100억원에서 6200억원으로 늘었다.

교육전문가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동력 증가보다 노동생산성 증가가 타당하다며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부금 등 교육투자를 높여 학생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설계를 주문했다.

권대봉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에 인적자원이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수 인재양성의 원동력이 교육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고령화에 따른 평생교육 투자 △교육분야 일자리창출 및 학교회계직(비정규직) 처우개선 △택지개발 등에 따른 학교 신증설 △학교 내진보강과 석면제거, 공기정화장치 등 시설 정비 △국공립유치원 확대와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1교실 2교사제 추진 △기초학력 향상 방과후 수업 △저소득층·다문화·특수교육 등 소외계층 지원 등의 교육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논리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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