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선택 아닌 필수…재계, 사회가치에서 저성장 해답을 찾다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우경희 기자 2019.04.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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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에 성장을 더하다]①오너 갑질에 경영권 박탈까지…SK 사회적가치 실현 앞장, 삼성·현대차·LG도 가세

편집자주 돈 잘 벌어 세금내고 일자리 유지하면 착한 기업으로 대접받던 시대는 끝났다. 적극적인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유·무형의 기업 수익으로 연결해 경제적 부가 가치까지 실현해내는 게 기업의 시대적 소명이 됐다. 머니투데이가 미래 성장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회가치 창출 사례를 살펴봤다.

아모레퍼시픽은 2004년부터 '희망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주 고객층이 여성이란 점에 초점을 맞춰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 가장(한부모 여성)에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대 4000만원을 연 1% 금리로 빌려준다. 상환기간은 8년, 이자는 또 다른 여성 가장의 창업지원금으로 적립된다.

지난해까지 문을 연 희망가게는 366곳.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244만원이고, 대출금 상환율은 83%에 달했다. 소상공인 평균소득(194만원·2017년 기준)보다 높아 여성 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 (169,500원 ▲13,600 +8.72%)은 희망가게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잠재고객(여성) 구매력을 높여 경제적 가치까지 챙기는 효과를 누렸다.



최근 이처럼 사회 문제 해결과 재무성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모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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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20대 기업은 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998조2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2016년(899조8000억원) 보다 10.9% 증가했다. 경제적 가치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창출한 사회·환경적 가치 등 다양한 가치 중 재무적 성과로 측정되는 가치를 말한다.



실제로 '착한 기업' 이미지는 지속가능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갑질 논란과 오너 리스크 노출로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 박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일부 기업은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번져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 번 떨어진 고객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경영의 일부로 편입하고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인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한스 파울 뷔르크너 회장은 "사회경제 약자 배려·환경보호 등 ‘착한 경영’으로 사회적 영향(Total Societal Impact) 점수가 상위 10%에 속한 기업은 중간 그룹(50%)에 비해 기업가치와 마진율이 높다"고 밝혔다.

재계 전반에 사회적 가치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2018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1곳당 평균 사회공헌 지출은 2013년부터 4년간 감소하다가 2017년 137억5900만원으로 반등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사회가치 창출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SK (166,000원 ▼2,900 -1.72%)그룹이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경제적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요건"이라며 "사회적 가치 창출은 영리기업의 존재 이유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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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제품과 서비스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지 않고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라며 "계열사 및 CEO(최고경영자) 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174,200원 ▼1,700 -0.97%)는 2017년 1~3분기에 창출한 사회적 가치 금액이 5조1521억원에 이른다는 시범 측정 결과를 내놨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거둔 재무성과(당기순이익) 7조4220억원의 69% 수준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측정의 대표적인 성과 지표로 온실가스 감축량 등 환경 개선 정도, 협력사 금융·기술·교육 지원 등 동반성장 활동, 사회적 기업 생산 제품의 구매 등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과 현대차 (251,000원 ▼500 -0.20%), LG (79,400원 ▼800 -1.00%), 포스코 등도 기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연결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 입장에서 사회적 가치는 기업 경영의 정당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며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으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전체가 공유가치창출(CSV) 지향을 내재화할 경우 대기업이 혁신적인 기업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지속경영기업으로서 위치를 굳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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