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장애 브렉시트에 英 로펌은 웃는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4.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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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고가 자문 요청 쇄도…각 로펌들은 브렉시트 전문성 홍보하고 인력 충원 중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영국 의회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AFPBBNews=뉴스1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영국 의회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방향성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지만 로펌 업계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무질서한 브렉시트를 대비한 기업들의 법률 자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례없는 정국 혼란 속에 영국 로펌 업계가 '브렉시트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아무런 합의를 맺지 못한 채 EU를 떠라는 '노딜 브렉시트' 가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문제와 직원 고용 문제부터 차량 배기가스 규제 대응책과 사업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고가의 법률자문을 줄지어 요청하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대형로펌인 필드피셔의 앤드류 후드 변호사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를 제기하는 고객들이 지난 6주간 2~3배 늘었다"고 말했다.

일감이 밀려들면서 로펌 업계의 매출액은 급증했다. 지난해 영국 상위 100위권 로펌들이 벌어들인 매출액은 240억파운드(약 36조원)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연도인 2007년에 비해 80억파운드(약 12조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NYT는 “대형 고객사의 경우 브렉시트 자문 비용으로 최대 1000만 달러(약 113억원)까지 지불한다”고 언급했다.



로펌들은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한 덕도 톡톡히 봤다. NYT에 따르면 브렉시트 투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는 10% 이상 하락했다. 영국 로펌에 자문비 등을 지급해야 할 글로벌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내려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의 영국 기업 및 자산 인수 자문도 급증했다.

이 때문에 각 로펌들은 브렉시트 관련 쟁점의 전문성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내 팟캐스트,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경쟁력을 부각시키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로펌 링크레이터스는 자사 홈페이지의 홍보영상에서 "브렉시트가 기업들에게 골칫거리를 떠안겼다"며 "우리가 해결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제로펌 프레시필즈는 브렉시트 전용 이메일 주소를 운영 중이고 필드피셔는 브렉시트 전용 전화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덩달아 브렉시트 전문 변호사는 '귀한 몸'이 됐다. 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로펌들은 브렉시트 전문 변호사를 고용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연봉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로펌 밀뱅크 트위드 해들리&매클로이는 이들에 초봉으로 19만달러(약 2억1500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가 오래 지속될지는 확실치 않다. 조세 전문 변호사 겸 반(反)브렉시트 운동가인 졸리온 모엄은 "브렉시트가 단기적으로 변호사들에게 좋을 수 있다"면서도 "노딜 브렉시트 우려로 금융기업과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영국 탈출 러시가 본격화하면서 이러한 로펌 특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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