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日 후쿠시마산 명태가?…수입 재개 가능성에 '불안'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03.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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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통-⑬]WTO, 4월11일 한-일 수산물 분쟁 최종심 판정 발표…승소 가능성 낮다는 관측 지배적

밥상에 日 후쿠시마산 명태가?…수입 재개 가능성에 '불안'


'냉장명태, 냉장대구, 냉동고등어, 마른 전복살….'

2013년 9월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후쿠시마현 등 8개현 수입 수산물 검사현황' 자료가 공개되자 여론이 발칵 뒤집혔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13년 8월30일까지 후쿠시마 인근 5개현에서 총 403건, 7982톤의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식약처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수입된 적은 없었고, 인근 5개현의 수산물은 수입할 때 일일이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했기에 문제가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식탁 위에 '방사능 수산물'이 올랐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달랠 수는 없었다. 특히 식재료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식당이나 아이들이 먹는 단체 급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우회 수입 가능성에 원산지 표시에 대한 불신도 커지며 급기야 수산물 소비 기피 현상까지 벌어졌다.



5년여가 지난 2019년,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다음달 후쿠시마 등 8개현 수산물에 대한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과가 나오는데, 한국이 패소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WTO는 최근 회원국에 '한-일 수산물 분쟁(DS495)' 건에 대한 상소기구의 판정보고서가 제네바 시간으로 다음달 11일 회람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는 8개현 50개 수산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사고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2013년 9월9일부터 8개현에서 나는 모든 수산물로 수입 금지 대상을 확대했다.



일본은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수산청 관계자들이 식약처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일본이 2015년 5월 WTO에 한국을 제소하면서 갈등은 국제 통상분쟁으로 비화했다. 일본은 28개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와 함께 세슘 미량 검출 시 기타 핵종 검사 증명서를 요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2월 WTO 패널은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 정부는 이에 불복해 같은해 4월 상소했다. 상소기구는 2심제로 진행되는 무역 분쟁 심판에서 최종심을 담당한다. 따라서 상소심에서 지난해 2월 1심 판정을 뒤집지 못하면 한국은 최종 패소하게 된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WTO패소 대응 촉구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2018.3.19/사진=뉴스1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WTO패소 대응 촉구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2018.3.19/사진=뉴스1
문제는 상소심에서도 한국의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1심 패소를 승소로 뒤집은 전례가 드물다. 한국으로서는 판단을 바꿀 만한 카드를 내놓아야 하지만 마땅치 않다. WTO는 1심 판결 당시 한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WTO 위생 및 식품위생(SPS) 협정'에 위배된다고 봤다. 일본산 식품에만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차별적이고, 세슘 기준 검사를 하고 있는 데도 수입금지와 기타핵종 추가검사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무역 제한적이라는 논리다.

WTO는 특히 한국이 일본산 수산물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2014년 식약처는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꾸리고 일본 현지 조사 등에 나섰지만, 최종 절차인 '후쿠시마 수산물 방사능 위험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위원회가 활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유해성을 입증할 만한 새 근거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위원 공석 장기화로 업무 과부하 상태인 WTO 상소기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결론을 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현재 상소기구는 7명 위원 중 단 3명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한다.

최종심에서도 최종 패소하면 한국은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의 수입금지 조치를 풀어야 한다. 물론 즉각 수입이 재개될 가능성은 적다. 패소해도 최장 15개월의 이행기간이 주어진다. 내년 중순까지는 시간이 있는 셈이다. 이 사이에 일본과 수입 시기나 범위를 협의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워낙 악화한 상황이라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세 보복을 감수하고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하는 방안도 있다.

정부는 최종 판정보고서가 공개되는 대로 향후 대응 계획을 밝힐 방침이다. 혹여나 패소하더라도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식탁에 올라오지 않도록 수입·유통단계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검역 기준과 원산지 표기 등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에 대비해 제품의 원산지를 표기할 때 국가와 지역명을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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