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싸움이었나…英 메이 '총리직 사퇴' 발언에 보리스 '콜'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3.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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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29일 브렉시트 3차 투표 희망하지만 '불투명'… 연립정부 DUP "합의안 반대"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총리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의회 측에 호소했다. 이후 브렉시트 강경파로 여겨지는 보수당 내 일부 인사들이 정부 뜻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통과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의 '의향투표'(indicative vote)에 앞서 여당인 보수당원들을 중심으로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면서 정부가 기존에 제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가결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의원들의 비준이 최종적으로 이뤄진다면 후임자에게 (총리직을) 인계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의 분위기를 분명하게 전해들었다"며 "브렉시트 협상이 제2 국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길을 가로막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라와 당을 위해 일찍 총리직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퇴 날짜를 못박지 않았지만 여름쯤 자리에서 물러나 이후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 구축은 신임총리에 맡길 것이라는 외신 전망들이 나왔다. 앞서 메이 총리는 2022년 총선 전에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EU와 협상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난 1월과 3월, 각각 영국 의회 승인투표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됐다. 의회 설득에 이미 두 차례나 실패해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은 메이 총리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리를 걸고 합의안 승인을 호소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오는 29일 3차 승인투표 개최를 희망하지만 실제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존 버코우 영국 하원의장은 앞선 두 차례 승인투표에 상정됐던 합의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이라면 투표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투표가 진행돼도 의원 과반수가 메이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역시 미지수이다.


이런 와중에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은 메이 총리의 사퇴 시사 발언 직후 곧바로 정부의 뜻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존슨 전 장관은 "브렉시트를 완전히 못하게 될 수 있는 위험의 순간에서 우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동료의원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3월 2차 승인투표 직전, 메이 총리가 EU 측과 재협상한 결과에 대해 "만일 우리가 이 계약에 동의한다면 더 큰 굴욕에 직면할 것"이라며 비난의 입장을 나타냈다. 존슨 전 장관은 보수당 내에서도 브렉시트 강경파로 여겨질 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

존슨 전 장관뿐 아니라 이안 던컨 스미스 의원, 리스 모그 의원 등이 메이 총리의 뜻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혀 그동안 이들이 정부와 불협화음을 낸 것이 결국 '집안싸움'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보수당 내 일부 의원이 메이 총리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해서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현재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은 메이 총리의 사퇴 시사에도 "정부의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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