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지배한 현대重 주총…합병 가시밭길 예고

머니투데이 울산=안정준 기자 2019.03.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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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현장]노조 주총장서 대우조선 인수 질타…물적분할 승인하는 5월 주총 갈등 예고

26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제4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삼현 공동대표이사 사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안정준 기자<br>
26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제4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삼현 공동대표이사 사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안정준 기자


주요 안건이 없었던 주주총회가 1시간 20분을 넘겨 마무리됐다. 노조의 질타가 이어졌고 주총 의장은 끌려다녔다. 안건과 상관없는 합병 이슈가 주총장을 지배했다. 현대중공업 (131,500원 ▼1,200 -0.90%)대우조선 (32,050원 ▼1,150 -3.46%)해양을 품에 안기 위해서는 내부 반발 역시 넘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현대중공업은 26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제45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가삼현 공동대표이사 사장이 의사봉을 잡았다.



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5개 안건이 올라왔다. 안건은 평범했지만, 약 400여 명의 주주들이 주총장을 채웠다. 박근태 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을 필두로 30여 명의 노조원도 주주 자격으로 주총장에 자리를 잡았다.

30여 명의 노조원이 400명 주총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안건이 상정될 때마다 질문을 쏟아냈다. 대주주 중심의 배당과 협력사 폐업, 사외이사 자격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언급됐는데 핵심은 대우조선 인수였다.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현대중공업에 고용 불안이 온다", "인수를 위해 중간지주를 만들면 회사 소속 구성원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중간지주 설립이 종업원을 위한 건지 주주를 위한 건지 생각해 달라" 등 질문과 질타의 경계에 있는 발언이 이어졌다.

가 사장은 주주 자격으로 온 노조원들의 질문 공세를 무시할 수 없었다. "현재 (글로벌 조선시장) 구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기존 체제에서는)회사 구성원은 물론 협력업체들도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업결합이라는 선택에는 타 업체도 의견을 같이 한다" 등 답변을 내놓았지만 노조원들의 고성을 막지 못했다.

사실 그동안 인수 주체인 현대중공업 노조의 반발 수위는 인수 대상인 대우조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산업은행과의 인수 본계약이 있던 지난 8일 상경 집회에는 노조 집행부 70명만 참여했다. 대우조선 노조 500여 명이 시위를 벌인 것과 온도차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주총장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불만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박근태 노조 지부장은 "대우조선 노동자는 물론 현대중공업 지부도 (합병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주총장을 떠나는 노조원들 사이에서 "본 게임은 5월 31일"이라는 말이 오갔다.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안건을 승인하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이다. 물적 분할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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