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바람?" 자금력 바닥난 사모펀드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9.03.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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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파트너스, 페트라, 라임자산운용 등 대표 상품 설정액 미미, 투자기업과 표 대결 승리 쉽지않아

올 들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바람이 거센 가운데 정작 국내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자금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투자기업의 오너 일가와 표 대결에서 승리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주주권 행사에 법적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규모가 100억원 안팎 규모로 미미한 상황이다. 일부 펀드들은 청산 대상인 50억원 미만의 소규모(자투리) 펀드로 전락하거나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국내 대표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행동梅(매)주식 전문투자형사모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60억원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 대표는 "밸류파트너스의 주력 펀드가 올 들어 신규자금 유입과 청산 규모가 미미해 설정액이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梅주식 전문투자형사모펀드는 각각 오는 28일과 29일 주총을 개최하는 현대홈쇼핑과 KISCO홀딩스의 소액주주로 의결권을 결집, 배당 확대와 이사 선임 등과 관련해 주주제안에 나선 상태다. 현재 각각 현대홈쇼핑 지분 0.1%와 KISCO홀딩스 지분 1% 초반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주의 바람?" 자금력 바닥난 사모펀드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페트라자산운용의 코리아 밸류 멀티스트래티지와 코리아 델타 멀티스트래티지의 경우도 현재 설정액이 각각 150억원과 60억원 규모다. 두 펀드는 휴대용 부탄가스 제조업체 태양의 지분 2.77%를 보유한 소액주주로 4.53%를 보유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SC펀더멘털과 배당 확대 요구 등 주주권 행사에 나선 상태다.

페트라자산운용의 행동주의 펀드인 코리아 거버넌스 포커스 전문투자형사모펀드도 설정액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국내 최대 사모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라임서스틴 데모크라시 전문투자형사모펀드는 설정액이 20억원 규모에 그쳐 사실상 운용을 중단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2017년 라임자산운용이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공동으로 조성한 경영참여형 행동주의 펀드다.

업계에선 국내 여건 상 행동주의 펀드가 대부분 투자기업의 대주주와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주요 투자기업 오너 일가 지분이 최소 30~40% 이상에 달하는 반면 행동주의 펀드 지분은 5% 미만의 소액주주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투자기업의 오너 일가와 표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최소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로 다른 기관투자자들을 대거 결집해야 한다"며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 투자기업은 대부분 지분이 5% 미만 인데다 국내 행동주의가 초기 단계로 상대적으로 인식이 떨어져 투자자 결집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권 행사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아 그만큼 자금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행동주의 펀드가 최근 KCGI의 사례처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법적 걸림돌이 많은 것도 자금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KCGI는 오는 29일 개최 예정인 한진칼 주총에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하지 못한다.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이 주주제안을 하려면 회사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상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KCGI의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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