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법원, 자국산 '짝퉁 車'에 제동 걸었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3.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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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中업체 상대 디자인 도용 승소… 매출 감소 추세에는 큰 영향 없어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의 '레인지 로버 이보크'(위쪽)와 중국 쟝링자동차의 '랜드 윈드 X7' 차량 앞모습.재규어 랜드로버는 쟝링자동차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디자인 도용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AFPBBNews=뉴스1영국 재규어 랜드로버의 '레인지 로버 이보크'(위쪽)와 중국 쟝링자동차의 '랜드 윈드 X7' 차량 앞모습.재규어 랜드로버는 쟝링자동차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디자인 도용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AFPBBNews=뉴스1


중국 법원이 자국 자동차 업체의 디자인 도용 문제에 제동을 걸었다. 영국계 자동차 회사 재규어 랜드로버(이하 랜드로버)가 중국 장링(Jiangling)자동차를 상대로 진행한 디자인 도용 소송에서 랜드로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링차는 당시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랜드 윈드 X7'이라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을 발표한다. 이 차량은 첫선을 보이자마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외관이 랜드로버가 2011년 출시한 '레인지 로버 이보크(Evoque)' 빼다 박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랜드 윈드 X7 가격은 1만4000파운드(약 2000만원) 정도로 레인지 로버 이보크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짝퉁 논란이 거셌지만 장링이 판매를 강행하자 참다못한 랜드로버는 2016년 6월 결국 소송을 시작한다. 이후 지루한 법정 공방에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며, 지난 22일에야 겨우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베이징 인민법원은 판결문에서 "랜드 윈드 X7이 레인지 로버 이보크 디자인을 적어도 5가지 베껴 고객 혼란을 초래했다"며 "장링차는 즉각 랜드 윈드 X7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 랜드로버에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키이스 벤자민 재규어 랜드로버 법무팀장은 "베이징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이는 중국 투자에 대한 우리의 자신감을 키우고 중국 법원의 지식재산권 보호 재판에 대한 공정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값싼 중국 복제품에 대한 획기적인 승리"라며 "그동안 중국산 짝퉁에 손해를 입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포르쉐도 2016년 중국 중타이차(Zotye)의 T700 차량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Macan)을 베꼈다며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업체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중국 내 매출 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방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중국 업체의 짝퉁이나 합작사 설립 강요 등에 시달려야 했고, 중국이 개혁 조짐을 보이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면서 "재규어 랜드로버도 소송에서는 승리했지만, 지난해 4분기 판매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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