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규어 랜드로버의 '레인지 로버 이보크'(위쪽)와 중국 쟝링자동차의 '랜드 윈드 X7' 차량 앞모습.재규어 랜드로버는 쟝링자동차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디자인 도용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AFPBBNews=뉴스1
사건의 발단은 201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링차는 당시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랜드 윈드 X7'이라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을 발표한다. 이 차량은 첫선을 보이자마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외관이 랜드로버가 2011년 출시한 '레인지 로버 이보크(Evoque)' 빼다 박았기 때문이었다.
베이징 인민법원은 판결문에서 "랜드 윈드 X7이 레인지 로버 이보크 디자인을 적어도 5가지 베껴 고객 혼란을 초래했다"며 "장링차는 즉각 랜드 윈드 X7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 랜드로버에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값싼 중국 복제품에 대한 획기적인 승리"라며 "그동안 중국산 짝퉁에 손해를 입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포르쉐도 2016년 중국 중타이차(Zotye)의 T700 차량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Macan)을 베꼈다며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업체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중국 내 매출 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방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중국 업체의 짝퉁이나 합작사 설립 강요 등에 시달려야 했고, 중국이 개혁 조짐을 보이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면서 "재규어 랜드로버도 소송에서는 승리했지만, 지난해 4분기 판매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