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4월에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하지 않을 이유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9.03.2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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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OECD 이어 IMF도 4월에 한국 경제전망치 하향 가능성 높아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한은이 4월에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하지 않을 이유


지난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을 지난 12월 전망치 2.3%에서 2.1%로 낮췄고, 내년 성장률도 2.0%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사상 최대 호황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3% 성장을 호언했지만 2018년 성장률은 2.9%에 그쳤고, 올해 들어서는 연준이 미국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인은 다양하다. 일단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그 충격이 누적됐고, 올해 특히 유럽 경제의 부진과 글로벌 경제의 약세가 미국 경제에 역풍(headwind)이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판단이다.

물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여전히 탄탄하다면서 고용시장은 튼튼하고 실업률도 낮다는 긍정적인 멘트를 덧붙였지만,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성장률 전망까지 하향 조정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미국의 경제 상황이 둔화 내지는 부진하다는 반증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OECD는 중간 전망(Interim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5%에서 3.3%로 –0.2%p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기존에 2.7%에서 2.6%로 한국 경제도 2.8%에서 2.6%로 각각 전망치를 낮췄다.

OECD와 더불어 대표적인 경제전망기관인 IMF도 4월 9일에 경제전망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를 발표할 예정인데, 침체 위기에 있는 유럽 경기와 글로벌 교역 부진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난 10월에 2.6%로 전망했던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이 과연 4월 18일에 발표할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인가 여부다. 지난 1월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의 GDP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한은의 경제전망은 IMF와 OECD 등 글로벌 경제전망기관들의 입장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외부환경만을 고려한다면 오는 4월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의 거시경제 지표를 살펴본다면 큰 충격이나 변동이 없는 한 한은의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유지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우선 최근 국내 경기 흐름이 전반적인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2019년 1월 이후 주요 산업활동 및 경제심리 관련 지표들은 개선된 모습이다”라고 평가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0.5%, 서비스업 0.9%, 건설업 2.1% 증가하면서 전산업 생산이 0.8% 증가했다.

소비지출 부문도 1월 들어서 견실한 소비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진했던 투자가 증가세로 전환됐다. 소매 판매는 1월에 전월 대비 0.2% 늘었고, 설비투자는 2.2%로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으며, 건설투자는 2.1%로 지난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나 우려했던 고용상황도 서비스업 고용 개선과 함께 정부의 일자리사업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 증가 규모가 전년 동월 대비 26만3000명으로 확대됐다는 평가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 효과도 긍정적인 요소다. 기획재정부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총 예산 513조4000억원 중 상반기에만 60% 수준인 308조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나 지난해 무려 25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서 사실상의 재정 긴축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집행은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할 수있다.

특히 정부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일자리사업, SOC사업, 생활밀착형SOC사업을 중점관리분야로 선정하고 13개의 대규모 민자 사업의 연내 조기 착공까지 추진하고 있어 적지않은 경기 부양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구조조정 등으로 오랜 부진에 빠져있던 조선업 등의 제조업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도 청신호다. 특히 지난해 발주된 대형 LNG선 65척을 전량 수주한 데 이어 최근 LNG선의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조선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에도 글로벌 경기 부진의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올해 현대·기아차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고 최근 국내외 전기차 판매까지 호조를 보이는 등 경기 개선의 긍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물론 최근 반도체 가격조정의 여파로 반도체 경기 하락과 함께 수출증가율이 1월의 –5.9%에 이어 2월에 –11.1% 하락해 전반적인 수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하반기에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과 최근 글로벌 5위 업체인 마이크론의 감산 발표가 나오면서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빨리 해소된다면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지난 4분기에 –0.7%p로 부진했음에도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0%를 나타냈음을 고려할 때, 최근 반도체 단가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 중국인 유커(관광객)들을 중심으로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 수도 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약 25% 증가한 131만명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51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8% 가량 증가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단행됐던 2017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도 호재다.

이로 인해 지난달 면세점 매출액은 1조741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 1월 1조7116억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액을 찍은 이후 다시 최고액을 경신했다.

여기에 최근 소비자심리지수도 3개월 연속 개선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기업심리지수도 2월 실적치와 3월 전망치가 모두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 얼어붙은 경제 심리도 점차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한은이 1월에 이어 4월에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한다면 이는 한은의 전망 포지션이 모든 긍정적인 경제지표들을 무시할 정도로 매우 비관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며, 결국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왜 인상했느냐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는 측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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