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화정책 부담 던 한은…관망기조 이어갈 듯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19.03.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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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통화정책 완화적" 금리인하 기대 선 긋기

/자료=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자료=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


한국은행이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부담을 덜면서 당분간 통화정책 관망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9~20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2.25~2.50%로 동결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는 올해 금리동결을 시사했다. 올해 2차례 인상을 예고했던 지난해말과 비교하면 연준이 확실한 완화기조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통화긴축'을 의미하는 대차대조표 축소도 오는 9월말 종료하기로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1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은본관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FOMC 결과에 대해 "시장 예상보다는 조금 더 비둘기파적(통화완화선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올해는 미 연준의 관망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빨리 가져가면 한은으로서는 상당한 프레셔(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런 점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0.75%포인트로, 이보다 확대되는 경우 자본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미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부담이 줄게 됐다.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위험과 함께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금리인상 기조 근거로 제시해왔던 한은으로서는 금리인상 필요성이 약화된 셈이다.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서 당장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방향을 완화기조로 끌고 가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고, 지금 통화정책 기조는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완화적인 수준이다. 금리인하 이야기는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미 연준도 내년 1차례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계도 늦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결국 경기, 물가, 금융안정이다. 세계경기 흐름, 그것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이 고려대상"이라며 "연준이 즐겨쓰는 말처럼 지표의존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어떤 지표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앞으로 정책기조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온다. 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기하방 압력 확대, 목표(2%)에 못 미치는 물가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인하 기대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3월 1~20일 수출은 28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9%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금융불균형 해소에 대한 의미있는 답을 얻을 때까지는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불균형을 근거로 한 금리인상 효과에 대한 평가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일형 금통위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불균형이 완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의해야 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불균형을 일으켜 오히려 저성장, 저물가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경고하기도 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소득증가율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 등 지표를 강조했는데 데이터 발표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통화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기 보다는 관망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계신용(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의 합)은 전년대비 5.8% 늘어난 153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가계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 4.5% 보다 높다. 지난해 가계 소득증가율 지표는 오는 6월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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