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노리던 중국, 보잉을 물어뜯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3.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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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잉 737맥스 견제는 자국 항공기 띄우는 차원…2021년 737맥스 경쟁기종 출시 앞둬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항공 강국을 노리는 중국이 보잉 추락사고를 빌미로 정치적 셈법을 새로이 하고 있다. 중국은 제일 먼저 운항 금지를 결정하고 사고기종인 737맥스 수입 중단까지 검토하면서 보잉과 미국을 동시에 견제하고 있다. 보잉이란 변수로 미중 무역협상도 복잡하게 흘러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무역전쟁이 보잉을 물기 시작했다"면서 중국에서 50억달러의 매출을 벌어들이는 보잉이 최근 추락사고로 무역협상의 중심에도 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항공업계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보잉은 이러한 시장에서의 지위 덕분에 지난 1년간 벌인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별다른 타격없이 연간 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중국의 정치적 셈법이 달라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10일 에티오피아 항공의 '보잉 737맥스'가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20시간 만에 전세계 최초로 운항 금지 결정을 내렸다.



중국은 안전을 중시한다는 이미지와 함께 항공대국으로서의 영향력도 확고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항공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자국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 미리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021년이면 보잉 737맥스의 경쟁기종으로 활약할 자국 항공기 C919를 시장에 출시한다. 중국측은 C919 주문이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800여대 이뤄졌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언제나 홈팀(자국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고 부연했다.

보잉에서 시작된 사태는 미중 무역협상마저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합의를 마친 미국산 제품 구매 목록에서 737맥스를 안전상 우려를 이유로 빼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의 737맥스 주문잔량은 104대로 세계에서 8번째로 주문량이 많은 국가이다.

중국이 주문을 취소하면 3000억달러이상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체제를 찾아야 한다. 그만큼 미중 무역협상이 또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측에 1조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수입을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보잉 역시 주문 취소로 인한 손실이 발생한다. 중국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도 줄취소 사태로 번질 경우 피해규모는 수십조원 단위로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추락사고로 보잉이 얼마나 금전적 손실을 볼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보잉의 라이벌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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