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전쟁' 日, 인력난에 '띵동 배송' 포기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3.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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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전달 안하고 특정 장소로 배송, 효율성 높여… 분실 위험 등은 해결할 문제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일본에서 택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택배 건수는 매년 폭증하는데, 인력난과 그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겪는 업체들 중에는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배송 방식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겼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우편은 이날부터 고객에게 직접 택배 물품을 전달하지 않고 아파트 현관 앞이나 경비실, 편의점 등에 맡기는 서비스로 전환했다. 현관 앞에는 자물쇠가 달린 가방을 비치해 고객이 스스로 열고 가져가도록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마존 재팬이나 라쿠텐 등 자체 택배서비스를 구축한 일부 업체들이 이런 서비스를 도입하긴 했지만, 일본 택배 대기업 중에는 최초 시도라고 전했다.

인터넷 쇼핑몰의 활성화되면서 일본에서도 택배 취급 건수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2016년 40억개를 돌파한 데 이어 2017년엔 42억개를 넘어섰다. 반대로 업체들은 택배기사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 겪고 있다. 여기에 장시간 노동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자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 택배물품을 모으는 방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고객 부재로 인한 재방문 등 번거로운 작업도 줄일 수 있다.



일본우편의 경쟁사인 야마토운수도 2022년까지 지하철 역 등에 수취 사물함을 5000여개 설치해 택배 물품을 배달한다는 계획이다.

화장품업체 오르비스는 오는 7월 구매빈도가 높은 고객 5000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택배 실험에 돌입한다. 곳곳에 간이형 택배박스를 설치하고, 이곳에 물품을 배달하기로 했다. 분실시엔 재발송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집에서 택배 받는 것을 압도적으로 선호하고 있어 이러한 서비스가 정착하는 데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내각부의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택배를 수취하는 비율은 11.4%, 수취 사물함 사용률은 0.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마토홀딩스도 자사 고객 중 편의점이나 사물함에서 택배를 받긴 원하는 고객은 10%가 채 안된다고 밝혔다.


택배회사들과 계약을 맺는 업체들이 도난 문제 발생시 보상이나 책임 문제를 놓고 여전히 꺼리는 것도 문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에서도 택배 도난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앞에 그냥 두고간 택배의 도난율은 10%가 넘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아마존은 2017년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택배기사가 집 문을 열고 물품을 집 안에 배달하는 '아마존 키'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선으로 해제하는 스마트 도어락을 장착해 택배기사가 일회용 암호키로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지난해에는 아마존이 고객의 자동차 문을 스마트키로 열어 차내에 짐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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