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제조업이냐 서비스업이냐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2019.03.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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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15년 기준 산업연관표, 생산유발·부가가치유발 모두 중요…제조업 고부가·서비스업 육성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와 무디스 등 기관들이 한국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유로존 경기둔화 등 글로벌 악재가 넘쳐나는 상황이라 돌파구가 절실하다. 문제는 방법이다.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한국경제 이정표 '산업연관표'=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기준년 산업연관표 작성결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산업연관표란 일정기간(1년) 동안 일정 지역 내에서 발생한 재화, 서비스 생산과 처분 내역을 기록한 통계표다. 각 산업 생산과 소비, 부가가치 창출간 관계를 간단한 숫자로 보여준다. 자동차 1대가 더 팔렸을 때 타이어와 엔진 등 관련 상품이 얼마나 더 생산되는지 알려주는 통계표다.



한 나라를 구성하는 산업들은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예컨대 자동차 1대가 팔리면 자동차회사는 타이어와 엔진 등 소요 부품 대금을 부품회사에 지불한다. 부품회사는 타이어의 원료가 되는 고무 등 원자재 값을 지급한다. 자동차 1대 소비증가가 고무와 타이어, 엔진 등 다양한 재화 생산을 유발한 것이다. 이를 간단한 숫자 하나로 표시한 것이 생산유발계수다.

산업연관표는 한 산업이 상품판매로 얼마나 돈을 버는지도 추적한다. 자동차 1대를 판매하면 부품대금을 지불하고 남는 잉여금액은 근로자 임금과 영업이익으로 분배된다. 임금과 영업이익 등 경제주체가 얻는 소득을 부가가치라 한다. 특정 산업에서 1단위 상품을 판매했을 때 부가가치가 얼마나 경제 전체에 발생하는지를 표현한 것이 부가가치 유발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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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 높은 서비스·건설…집중 투자?=한은에 따르면 2015년 산업연관표 기준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가장 높은 산업은 광산품이다. 0.891을 기록했다. 1만원어치를 소비했을 때 경제 전체에 창출되는 소득(임금, 영업이익)이 8910원이라는 의미다. 서비스(0.875)와 농림수산품(0.848) 건설(0.804) 등이 뒤이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공산품은 0.642, 전력·가스·수도는 0.603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GDP는 한 국가내 모든 경제주체들이 얻은 부가가치의 총합이다. 서비스 부가가치유발계수가 공산품보다 높다는 것은 서비스를 1만원 소비할 때 공산품 1만원 소비보다 GDP가 더 많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간단하게 보면 사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서비스와 건설 등 부가가치유발계수가 높은 산업에 투자하면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생산유발계수가 낮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상품 중 생산유발계수는 건설이 1.997로 가장 높았다. 공산품(1.952)과 광산품(1.836)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전력·가스·수도는 1.503으로 가장 낮았다. 서비스는 1.673을 기록했다. 서비스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소득을 더 많이 올릴 수 있지만 경제전체 생산증가를 불러오는 효과는 약하다는 뜻이다. 서비스에 가용자원을 집중하는 경우 총산출액(중간재와 최종재 생산을 더한 값)이 줄어들 수 있다. 산출액 감소는 나라 전체의 일거리(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이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낮지만 생산과정에서 중간재 등 재료를 많이 사용해 다른 산업의 부가가치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며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높다고 해서 서비스업이 중요하고 다른 산업이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소득을 높이는 데는 서비스업이 좋지만 파급력이 큰 산업은 제조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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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모델 vs 일본·독일 모델…"동시에 추구하자"=한은은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제조업 고부가가치화와 서비스 산업 육성이란 두 방향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산유발효과가 높은 제조업의 장점을 살리면서 부가가치가 낮다는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높은 서비스업 비중을 높이는 문제도 오랫동안 지적돼온 과제다.

주요국과 비교해봐도 유사한 결론이 나온다. 서비스산출비중이 높은 미국과 영국은 생산유발계수가 각각 1.631, 1.607로 한국(1.813)보다 낮다. 반면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929(미국), 0.844(영국)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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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일본의 생산유발계수는 1.718이다.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905다. 서비스업 비중이 일본보다 높은 영국에 비해서도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높다. 독일은 생산유발계수가 1.615, 부가가치유발계수가 0.805다.

제조업 강국 일본·독일 모델을 따르더라도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비스산출비중도 일본(57.2%)과 독일(57.3%)이 한국(44.9%)에 비해 높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제조업이 없다면 서비스업만으로 과연 성장을 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며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서비스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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